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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거리

그린페 2010. 11. 30. 11:03
[수도권]추억의 로데오거리, ‘빛의 거리’로 부활
[동아일보] 2010년 11월 30일(화) 오전 03:00   가| 이메일| 프린트


[동아일보] 강남구, 30억 들여 리모델링… 차로 좁히고 보도는 넓혀 가로수엔 LED조명 반짝… 10, 20대 찾고싶은 공간으로

《 1990년대. 이곳에는 이른바 ‘잘나가던’ 사람이 다 모였다. 가수 김건모는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이곳에 자주 들렀다. 힙합듀오 ‘듀스’는 통 넓은 힙합바지를 입고 거리를 누볐다. 빨간 스포츠카 속 젊은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야, 타!”라고 외쳤다. 트렌디한 힙합 음반을 팔았던 음반가게 ‘뮤직 라이브러리’, 탤런트 손지창김민종이 즐겨 입던 캐주얼 브랜드 ‘인터크루’, 패스트푸드의 아이콘 ‘맥도날드’까지. 바람 부는 날이면 이 모든 것을 즐기러 와야만 했다. ‘오렌지족’의 낙원이자 1990년대 신세대문화 발원지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로 말이다. 》
그 역사는 딱 1999년까지 유효했다. 2000년대 들어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청담동 명품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등 옆 동네들에 밀리기 시작했다. 철든 오렌지족들은 옆 동네로 떠났다. 거리는 ‘그저 그런’ 상가 밀집지역으로 전락했다. 그렇게 로데오거리의 역사가 다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최근 강남구가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를 다시 살리자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로데오거리 재정비사업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 집 나간 ‘오렌지족’ 소환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입구부터 선릉로 방향 출구까지 ‘L’자형 약 440m 구간을 가리킨다. 구는 “옛 명성을 살려보겠다”며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1년여 동안 총 3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리모델링공사를 벌였다.
얼마나 어떻게 변했을까. 18일 오후 찾아간 로데오거리에는 곳곳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촌스러운 과거 흔적을 없앤 것. 입구에 거대하게 솟아있던 ‘로데오거리’ 안내 대문이 사라졌다. 우후죽순 격으로 불규칙하게 배열됐던 420개 상점 간판은 폰트와 크기 모두 통일됐다. 차와 사람이 엉켜 복잡했던 왕복 2차로 도로는 압구정로에서 선릉로 방향으로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 그 대신 기존의 폭 1m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보도가 4m로 늘어나 ‘걷고 싶은 거리’로 바뀌었다. 늘어난 보도 곳곳에는 벤치도 들어섰다.
새로 생긴 구조물도 있다. 로데오거리 중간에 들어선 높이 6m, 길이 50m 규모의 대형 차양막이 주인공. 이곳에서 각종 거리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빛의 거리’도 곧 조성된다. 이 사업은 로데오거리에 있는 나무 33그루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달아 거리를 반짝거리게 만드는 것. 빛의 거리는 인근 청담동 명품거리와 함께 진행되며 이를 위해 명품거리 내 40여 개 업체에서 1억 원을 냈다.



하드웨어를 바꾼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다음 달 4일 개관식과 함께 70여 개 업체가 참여하는 ‘압구정 패션 뷰티 마켓’ 행사를 시작으로 부활을 알릴 예정이다. 현재 구는 이곳을 ‘코데즈 컴바인’ 같은 영캐주얼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10, 20대 젊은이의 거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0, 40대를 겨냥한 청담동 명품거리나 20, 30대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신사동 가로수길과 차별화할 뿐만 아니라 건국대 입구, 목동, 문정동 등으로 퍼진 ‘로데오거리=할인매장’ 이미지를 없애는 방법인 셈.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상인연합회 임성진 회장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죽어버린 이 공간을 젊은층이 즐겨 찾는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상인들 사이에서 “10, 20대 영캐주얼 거리로 만들자”는 의견과 “정보기술(IT)과 문화가 결합된 고품격 공간으로 만들자”는 주장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강남구 지역경제과 강현섭 과장은 “관이 주도해 하드웨어(거리 보수)를 바꿨다면 거리 전체의 콘셉트 같은 소프트웨어적 요소는 상인들이 합의해 자율적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