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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기업형슈퍼마켓
그린페
2010. 10. 26. 08:01
“한·EU FTA 장애” 통상관료 한마디에 상생법 표류
도마에 오른 정부 의사결정시스템
정부 “통상분쟁 소지” - 전문가 “과장된 우려”
경향신문 | 서의동 기자 | 입력 2010.10.25 22:39 | 수정 2010.10.26 03:20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를 위해 여야가 법개정을 추진 중인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이 한·유럽연합(EU) 간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통상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는 상생법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장애가 되고 통상마찰도 우려된다고 하지만 국제통상 협정과 관행에 비춰보면 '과장된 우려'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통상관료의 판단에만 의존한 채 주요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정책결정시스템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접점 없는 '3자 논의'
한나라당 김무성(가운데),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왼쪽)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민주당 FTA 특위 간담회에서 "상생법이 통과되면 한-EU FTA 체결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지난 22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금 개정안대로라면 한국과 EU 양쪽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상생법 처리반대 입장을 밝혔다.
통상당국의 논리는 간단하다. 이미 유통서비스를 개방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통상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과 2001년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을 진행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서비스 양허안을 통해 유통업을 100% 개방하기로 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와 가맹점에 대한 규제도 96년 이후 해제했고, 채소·과일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취급규제를 DDA의 서비스 양허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모두 해제했다"고 말했다. 이런 만큼 상생법 개정은 가맹점 규제를 없앤 양허안의 취지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정부논리에 대해 통상 전문가들은 국제 통상규범과 관행에 비춰 통상마찰 우려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WTO의 서비스협정인 GATS협정은 "국가정책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자국 내의 서비스 공급을 규제하고 신규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 회원국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전문에 명시하고 있다. WTO에 100% 개방한다는 서비스 양허안을 내놨다 하더라도 중소상인 보호 등 특별사유가 있다면 규제를 신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규제가 GATS의 다른 조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해도 '합리성, 객관성, 공평성 요건'에 충족되면 협정위반이 아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95년 WTO 출범이후 회원국이 국내적으로 실시한 규제가 GATS 위반으로 인정된 사례는 2건에 불과하며 개설허가제, 영업시간 규제 등이 제소된 사례는 한건도 없다. 민변의 서선영 변호사는 "유통업 규제가 WTO협정에 위반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 데다 각국별로 자국 중소상인 보호정책이 실시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통상마찰 가능성을 들어 규제도입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지난 6일 서명된 한·EU FTA 협정문을 보면 소매서비스 분야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등 6개국은 백화점 개설에 대해서는 경제적 수요심사를 거쳐 인가하도록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통업에 대한 유보사항을 요구하지 않아 유럽업체에 대해 문을 활짝 열었다. FTA 상대방에 대해 규제를 허용한 정부가 국내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규제 신설에는 FTA에 걸림돌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고, 이에 주무부처와 정치권은 꼼짝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외교통상부가 정부 위의 정부로 군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우리 경제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통상관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이를 따라가는 정책결정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다.
지난해 12월 상생법 개정당시에도 외교부가 반대의견을 내자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조항 대부분이 삭제됐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는 25일 성명을 통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이 입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교섭본부장이 입법의 최종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국회는 더이상 통상기술자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촌극을 멈추고 두 법안의 동시처리에 나서라"고 밝혔다.
< 서의동 기자 phil21@kyunghyang.com >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
접점 없는 '3자 논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민주당 FTA 특위 간담회에서 "상생법이 통과되면 한-EU FTA 체결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지난 22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금 개정안대로라면 한국과 EU 양쪽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상생법 처리반대 입장을 밝혔다.
통상당국의 논리는 간단하다. 이미 유통서비스를 개방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통상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과 2001년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을 진행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서비스 양허안을 통해 유통업을 100% 개방하기로 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와 가맹점에 대한 규제도 96년 이후 해제했고, 채소·과일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취급규제를 DDA의 서비스 양허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모두 해제했다"고 말했다. 이런 만큼 상생법 개정은 가맹점 규제를 없앤 양허안의 취지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정부논리에 대해 통상 전문가들은 국제 통상규범과 관행에 비춰 통상마찰 우려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WTO의 서비스협정인 GATS협정은 "국가정책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자국 내의 서비스 공급을 규제하고 신규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 회원국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전문에 명시하고 있다. WTO에 100% 개방한다는 서비스 양허안을 내놨다 하더라도 중소상인 보호 등 특별사유가 있다면 규제를 신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규제가 GATS의 다른 조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해도 '합리성, 객관성, 공평성 요건'에 충족되면 협정위반이 아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95년 WTO 출범이후 회원국이 국내적으로 실시한 규제가 GATS 위반으로 인정된 사례는 2건에 불과하며 개설허가제, 영업시간 규제 등이 제소된 사례는 한건도 없다. 민변의 서선영 변호사는 "유통업 규제가 WTO협정에 위반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 데다 각국별로 자국 중소상인 보호정책이 실시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통상마찰 가능성을 들어 규제도입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지난 6일 서명된 한·EU FTA 협정문을 보면 소매서비스 분야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등 6개국은 백화점 개설에 대해서는 경제적 수요심사를 거쳐 인가하도록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통업에 대한 유보사항을 요구하지 않아 유럽업체에 대해 문을 활짝 열었다. FTA 상대방에 대해 규제를 허용한 정부가 국내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규제 신설에는 FTA에 걸림돌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고, 이에 주무부처와 정치권은 꼼짝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외교통상부가 정부 위의 정부로 군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우리 경제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통상관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이를 따라가는 정책결정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다.
지난해 12월 상생법 개정당시에도 외교부가 반대의견을 내자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조항 대부분이 삭제됐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는 25일 성명을 통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이 입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교섭본부장이 입법의 최종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국회는 더이상 통상기술자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촌극을 멈추고 두 법안의 동시처리에 나서라"고 밝혔다.
< 서의동 기자 phil2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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