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가 가시화된 1973년을 전후로 '베트남 특수(特需)'가 막을 내리면서 우리 건설업체들은 아랍 산유국으로 눈을 돌렸다. 원유 수출로 엄청난 부를 축적해 가던 중동과 북아프리카 산유국들에서 새 활로를 찾았다. 73년 12월 삼환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카이바∼알 울라 고속도로(164㎞) 공사를 2427만달러에 수주하면서 시작된 중동 진출은 현대건설이 76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9억5800만달러에 맡으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아랍 산유국들은 '오일 달러'가 묻혀 있는 노다지였다. 숨이 턱턱 막히는 따가운 햇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거센 모래폭풍, 이질적인 이슬람문화 등 온갖 악조건들을 이겨내고 열사(熱砂)의 땅에서 벌어들인 달러는 한국이 70년대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2차례(73·79년) 오일쇼크의 파고를 넘고 80년대 경제 도약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당시 중동은 우리 건설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의 땅이었다. 몇 년간 고생을 하면 집도 사고, 자녀들도 공부시킬 수 있어 너도나도 중동행 비행기에 몸을 싣던 시절이 있었다.
사하라 모래를 씹으며… 꿈을 향한 열정 태웠다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아랍 사회주의 국가 리비아도 우리 건설업체들이 주목한 곳이었다. 북으로는 지중해, 동쪽으로는 이집트에 접해 있는 리비아는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8배지만 지중해 연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하라사막에 속하는 불모지. 우리 업체들은 70년대 후반부터 세계 8위의 석유매장량을 자랑하는 리비아의 문을 두드렸다. 동아건설이 주도한 컨소시엄이 83년 11월 세계 최대의 토목공사인 리비아 대수로 공사(GMRP·Great Man-made River Project)를 수주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리비아 진출은 절정에 달했다.
꼬박 하루가 걸린 여정 끝에 지난 11일 리비아의 수도인 트리폴리 국제공항에 발을 디뎠다. 현 국가 지도자인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이끈 혁명군이 왕정을 무너뜨린 리비아혁명 40주년 기념일(9월1일)이 열흘 지났는데도 시내 곳곳에는 여흥이 남아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공항로 등에는 카다피의 대형 사진과 혁명 40주년을 축하하는 입간판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트리폴리 서남쪽 빙가시르지역에 위치한 알나흐르(ANC) 본부. 리비아 대수로공사가 시작된 이듬해인 85년 동아건설 리비아 연락사무소로 문을 열었고, 대수로 1단계 공사가 끝나고 2001년 벵가지에 있던 동아건설 본부가 옮겨오면서 한 때 대수로 공사의 베이스 캠프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곳은 현지에서 '동아캠프'로 불리지만 동아건설이 외환위기 여파 등으로 부도나면서 사업에서 손을 떼 지금은 잔여 사업을 넘겨 받은 대한통운과 리비아대수로청이 합작한 회사인 ANC의 본부로 바뀌었다.
대수로공사는 리비아 내륙 사하라사막에 묻혀 있는 지하수(나일강의 200년 유수량)를 지하에 매설한 송수관을 통해 지중해 연안 지역으로 끌어와 식수와 생활·농업용수 등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사막에 총 연장 4000㎞가 넘는 대형 관을 묻어 인공 강을 만드는 이 사업은 중국의 만리장성 공사에 비견되고, '세계 8대 불가사의'로도 불리는 대역사(大役事)다. 대한건설협회가 2년 전 건설업체와 관련 전문가 등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공사는 해외분야에서 역대 최고 프로젝트로 꼽혔다. 수주금액도 111억달러로, 단일공사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공사였다.
동아건설은 84년 첫삽을 뜬 후 지름 4m, 길이 7.5m, 무게 75t이나 되는 송수관 25만개를 땅에 묻어 지하에 거대한 물길을 열었다. 타저보 수원지와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벵가지, 서트 등을 잇는 1단계(1874㎞)와 자발 하소나 수원지와 트리폴리를 잇는 2단계(1730㎞) 공사를 마무리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모두 5단계로 나눠 지금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막 수원지와 지중해 연안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주관을 매설하는 핵심 공정인 2단계 사업까지는 동아건설이 수행했다. 척박한 사막 땅을 옥토로 만드는 리비아의 '녹색 혁명'을 우리 기업이 주도한 것이다. 96년 9월1일 트리폴리에서 열린 2단계 공사 통수식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최원석 당시 동아그룹 회장의 손을 잡고 번쩍 쳐들며 대수로 공사를 차질없이 시공해 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거듭 밝혔다.
19년간 줄곧 대수로공사 현장을 지켜온 정장덕(61) 대한통운 리비아본부장은 "대수로 공사는 리비아의 숙원이자 명운을 건 최대 국책 사업"이라며 "동아건설이 부도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대한통운이 사업을 넘겨받아 13억달러의 공사지연 배상금까지 해소하면서 잔여 공사를 책임지고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2단계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던 90년대 초 리비아 현지에는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합쳐 2만여명이 투입될 정도로 공사가 활기에 넘쳤다고 정 본부장은 회고했다. 하지만 1·2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대부분 귀국했고 동아건설이 부도로 사업에서 손을 뗀 후 200여명의 직원들이 대한통운과 ANC로 옮겨 현지에서 대수로 공사와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대수로 공사 상황과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대수로 현장을 찾아 나섰다. 트리폴리 인근에 있는 가압펌프시설인 타루나펌프스테이션과 타트지역 송수관 매설 현장을 둘러봤다. 자동차로 40분 가량 달려 찾아간 현장은 메마른 벌판에 잡풀이 듬성듬성하게 자라고 있는 사하라사막의 초입이었다.
동행한 윤태원(50) 대한통운 차장과 박병은(46) ANC 차장은 "지중해 연안지역은 그나마 작업 여건이 좋지만 내륙 사막지대에 있는 현장들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곳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름에는 기온이 섭씨 50도를 웃돌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모래뿐인 사막에서 모래가 섞인 밥을 먹어가면서까지 공사에 매달렸었다며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도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아 귀국하지 못한 동료, 외진 공사현장에서 사고로 숨져간 동료 등 가슴 아픈 사연도 들려줬다. 극한의 상황까지 내몰리는 사막에서 고국과 가족들을 그리며 공사현장을 지킨 당시 노동자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타루나펌프스테이션 부근에는 대수로 공사가 가져온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펌프스테이션에서 임시가설도로를 따라 차로 10분쯤 달려가니 옥수수 포도 밀 올리브 등을 재배하는 농장들이 나타났다. 대수로의 물을 이용해 황폐한 땅을 옥토로 바꾼 기적의 현장이었다.
대수로 공사가 대표적이지만 우리 기업들은 리비아와 여러 인연을 맺었다. 수교 이전부터 리비아 진출을 시도한 대우건설이 80년대 트리폴리와 벵가지에 각각 주택 5000가구, 7000가구를 지었고 정부청사 학교 병원 도로 건설에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미수라타와 벵가지에 대규모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등 플랜트 공사에 주력하고 있다. 트리폴리 중심부에 지상 36층, 객실 370개의 트리폴리호텔(5성급)도 짓는 등 누적 수주액이 100억달러가 넘는다.
현대건설도 발전소 건설과 송전선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신한 이수건설 성원건설 현대엠코 등이 최근 주택 건설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도로에 보이는 승용차의 절반 가량이 한국산이고, LG전자 에어컨이 설치된 건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수로 공사 등으로 다져진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후발 기업들의 리비아 진출과 한국 제품의 수출에 다리를 놓은 셈이다.
한국은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지만 세계 각국이 부러워할 정도의 경제 발전을 이뤘다. 그 바탕에는 머나먼 이국 불모의 땅에서 우리 건설노동자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리비아는 들려주고 있었다.
그림 임근우
1958년생. 홍익대 미대와 같은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국내외 개인전 27회 개최, 한·일 현대미술전 등 단체전 600여회 참가. MBC미술대전 대상(1994), 제14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1995), 미술세계작가상(2006) 등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경인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등 활동. 강원대 교수
트리폴리=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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