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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그린페
2010. 2. 9. 00:53
법원 “정몽구, 현대차에 700억 배상” 손해액중 절반 깎아줘

정몽구(72·사진)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불법행위로 끼친 손해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에서 회사에 7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법원은 손해액의 반만 배상하도록 해, 형사에 이어 민사에서도 ‘깎아주기’를 되풀이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재판장 변현철)는 현대차 소액주주 14명과 경제개혁연대가 정 회장과 김동진(60)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 회장은 700억원, 김 전 부회장은 이 가운데 정 회장과 연대해 50억원을 배상하라”고 8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가 부실계열사인 현대우주항공과 현대강관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해 배임을 저지르고, 펀드 투자 수익 횡령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혀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영 판단에 따른 재량 범위 내의 행위였고, 실제 발생한 손해가 없으며, 소멸시효도 완성됐다’는 정 회장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정 회장의 행위는 “범죄행위로서 족벌경영 체제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 회장에게 책임이 있는 손해액을 소액주주들이 청구한 1445억원에 근접한 1438억원으로 판단하고서도 배상액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액수로 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우주항공 관련 배임의 경우,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정부 정책과 채권금융기관들의 요구에 따라 부득이하게 보증채무를 부담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고, 현대강관 관련 배임행위는 결과적으로는 투자 손실을 초과하는 간접적 이익을 얻는 등 책임을 상당 부분 제한할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외환위기의 비상상황을 단기간에 극복하고 현대차를 세계적 업체로 급성장시켜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형사재판에서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다”는 점도 책임 제한 이유로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행위에 대해 법원이 배상 책임의 절반을 감면시켜 결과적으로 재벌 총수의 배임행위를 용인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정 회장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8400억원 가운데 현재까지 1500억원을 환원한 상태다.
정 회장은 자신의 보증채무 부담을 덜려고 현대차 자금으로 경영상태가 열악한 현대우주항공 등에 유상증자를 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2008년 6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으며, 같은 해 광복절에 특별사면됐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