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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시대

그린페 2010. 1. 23. 00:17

검찰 무리한 기소뒤엔 ‘MB 보답인사’
민정수석에 선배 앉히고, BBK검사들 대거 승진
충성도 높여 반대세력 표적수사 일사불란 지휘
한겨레 황준범 기자 석진환 기자 송호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진에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금융조세조사부 등을 통합해 광역특별수사청(가칭)을 만드는 방안이 추진됐다. 비대하고 중복된 조직을 축소하고 수사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방안은 폐기됐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22일 “당시 검찰에서 ‘중수부를 폐지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위에서도 아무 말이 없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2년 전의 이 장면은 이명박 정권과 검찰의 향후 관계를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검찰 개혁’을 전면에 내걸며 검찰과 긴장 관계를 유지했던 데 비해 이 대통령은 검찰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통치의 ‘하수인’으로 활용하는 ‘실용주의’를 택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화두로 삼은 ‘검찰 개혁’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대신 ‘법질서 확립’과 ‘법과 원칙’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표적수사 논란이 일자 “흔들림 없이 철저히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힘을 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검찰을 강력히 개혁하겠다”고 밝힌 뒤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하고,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시도한 것과 대비된다.

이명박 정부는 한편으로는 인사라는 고전적 수단을 통해 검찰을 장악해 갔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도 공무원인데 공무원한테 제일 취약한 게 인사”라며 “이명박 정부는 비비케이 수사 검사를 대거 승진시킴으로써 ‘충성해라, 그럼 배려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들은 검사장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을수록 인사에 약할 수밖에 없다. 후배 검사들이 뭘 배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뿐만 아니다. 민정수석 등을 통한 수사 간섭도 다시 부활했다.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청와대에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선배 기수를 민정수석에 앉힘으로써 법무부와 검찰이 청와대 직할체제로 들어간 것 같다”며 “촛불 이후 법무부와 검찰이 엠비(이 대통령) 권력 유지와 정국 운영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무죄 판결이 난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의 경우가 집요한 검찰 압박의 대표적 사례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은 피디수첩 수사와 관련해서도 농림수산식품부 쪽에서 고소를 취하하고, 검찰은 ‘공소권 없음’ 결론을 내려 마무리하길 원했다”며 “하지만 청와대 쪽이 워낙 완강해 수사를 계속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여당에서는 촛불집회 때 검찰의 역할이 너무 없다고 비판하고, 나중엔 촛불집회 때 연행된 사람들 중 구속자 수가 너무 적다고 압박이 왔다”며 “그러나 500명이 연행됐을 때 검찰 쪽에서 구속자를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내려 그나마 30명 정도를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디수첩 제작진과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의 ‘처리’가 지연되자 여권은 검찰총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화했고, 당시 2년 임기 중 절반가량 지난 임채진 총장의 조기 교체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임 당시 총장이 정 전 사장 문제를 어떻게 할지를 고검장들에게 물은 것에 대해서도 여권은 탐탁지 않게 여겼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당시 호남 출신 고검장들이 많았는데, 그런 사안을 왜 호남 출신들한테 물어보며 시간을 끄냐는 불만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등과 관련해 임 전 총장은 “사표를 내고 싶은 적이 여러 번이었다”며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결국 피디수첩 제작진과 정 전 사장을 기소하도록 했고, 그 부메랑이 지금 검찰로 돌아왔다.

황준범 석진환 송호진 기자 jaybee@hani.co.kr

 

조봉암 무죄에 대법원 난입... 대한반공청년회, 부활하나
[주장] 50년 지나도 반복되는 '빨갱이 판사' 억지주장
10.01.22 16:07 ㅣ최종 업데이트 10.01.22 17:19 김동수 (kimds6671)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 5명 전원에게 법원이 무죄 선고를 내리자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민주수호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법정을 나오면서 무죄 판결에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PD수첩

이명박 정부 들어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미네르바 구속, 광우병 논란 미국산 쇠고기 관련 <PD수첩> 제작진 불구속 기소가 이어지자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20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탄식했다.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자유를 훼손하고 시민들에게 말하는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들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무죄판결과 <PD수첩> 무죄 판결에 대한 한나라당과 보수신문, 일부 보수단체 대응을 보면 대한민국은 20년이 아니라 5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한나라당은 연일 '좌편향' 판결이라고 법원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조중동'은 색깔론으로 덧칠을 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는 무죄판결을 내린 판사 집 앞에서 시위를 하고, 판사 얼굴을 붙인 사진을 불태웠다. 급기야 '대한민국어버이연합'라는 한 보수단체는 이용훈 대법원장 차량에 달걀까지 던졌다. 이 단체는 지난해 국립현충원 앞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파헤치는 '행위극'까지 벌였다.

사법부 판단이 자기들 생각과 아무리 다르게 나왔더라도 '법리'를 통해 비판해야지, 법정 안에서 '빨갱이'라 비난하고, 집 앞에서는 시위를 하고, 대법원장 차량에는 달걀까지 던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2010년 대한민국에 사법부 수장을 향한 달걀 투척은 사법부 존립 자체를 무너뜨리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1958년 대법원 아수라장 만든 대한반공청년회

 

  
죽산 조봉암 선생
ⓒ 오마이뉴스
조봉암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30%라는 지지를 받아 이승만에게는 가장 큰 정적이었던 죽산 조봉암. 검찰은 1958년 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여 그를 간첩죄로 체포했다. 그런데 그해 7월 2일 1심 재판부(재판장 유병진)는 국가보안법 위반은 유죄로 인정했지만 '간첩죄' 부문에서 무죄판결을 내렸다.

1심재판부가 조봉암을 간첩죄 부문에서 무죄 판결을 내리자 사흘 후 자유당의 정치깡패인 이정재 수하의 '대한반공청년회' 200명이 대법원에 난입하여 "조봉암 일당에 간첩죄를 적용하라", "친공판사 유병진을 타도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법원 청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196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승만에게 죽산은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고, 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죽산을 간첩으로 몰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1심 재판부가 간첩죄는 무죄라고 했으니 이승만으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하지만 이승만에게는 대한반공청년회 같은 정치깡패가 있었고, 야당이 이승만 정권을 비판하면 무조건 잡아가고 반공청년회가 대법원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도 눈을 감아버리는 경찰이 있었다.

결국 2심과 대법원은 이승만에게 충성을 표시하여 간첩죄에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승만은 기다렸다는 듯이 1959년 7월 31일 죽산을 죽여 버렸다. 1심에서 간첩죄 무죄판결이 난 지 1년 만이다. 하지만 이승만은 죽산만 제거하면 영원한 대통령이 될 줄 알았지만 불과 아홉 달 후 4·19혁명으로 하야했다.

 

50년 지나도 변함없는 '빨갱이 판사' 논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민주수호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10여명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청사앞에서 '좌익핀사 퇴출 및 법치붕괴 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이동연 판사의 무죄판결에 대해 '대한민국이 좌익판사들의 사법반란으로 망해가고 있다' 고 주장하며 "좌익판사를 재판없이 광화문에서 총살시켜야 한다" "법원으로 쳐들어가자"는 등 격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 권우성
판사

그런데 50년이 지난 오늘 그런 일이 또 다시 벌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무죄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빨갱이'나 '좌편향'으로 몰아 색깔론으로 단죄한다는 점이다. 왜 무죄인지에 대한 법리적인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어버이연합 같은 보수단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빨갱이라고 매도할지라도, 한나라당이 연일 좌편향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좌편향 사법사태 대법원장이 책임져야"와 "사법판결이 아니라 사법정치다", "사법독립이 아니라 사법독선"이라고 사법부를 맹비난하고 있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법을 전공한 검사 출신이다. 검사 출신이라면 후배 검사들의 기소에 문제가 없었는지 먼저 살펴보고 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법리로 조목조목 반박해야지, 앞뒤 살피지 않고 좌편향으로 비난하는 것은 법조인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이명박 정권 들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위협받았지만 사법부까지 이렇게 위협받기는 처음이다. 사법부가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가운데 그래도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감당해왔다. 그 결과가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무죄와 미네르바 무죄, 용산철거민참사 수사기록 공개, <PD수첩> 무죄 판결이다.

그런데 이것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사법부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반공청년회가 1958년 대법원 청사를 난입했다면 2010년은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가 법정에서 빨갱이라고 외치고, 판사 집 앞에서 시위하고, 판사 사진을 불태우고, 대법원장 차량에 달걀을 던지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