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한국국제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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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진 기자 | ||
<정부 지원 `네팔 부실병원' 진상은?>
![]()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정부 무상원조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개발도상국에서 벌인 사업이 부실 원조 사례로 잘못 알려져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제의 원조 사례는 협력단이 2007년 삼부토건에 공사를 맡겨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의 도시 티미(Thimi)에 지어준 한ㆍ네팔 친선병원. 치과와 이비인후과, 임상병리실, 응급실과 수술실 등 50병상 규모의 이 병원은 한ㆍ네팔 양국 우의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4월 개원식에 람 바란 야다브 네팔 대통령이 참석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21일과 22일 연 이틀 현지 신문인 '칸티푸르 내셔널 데일리'와 '고르카파트라 데일리'에 잇달아 '부실 시공' 기사가 게재된 것이었다. 한국의 무상원조 사업에 대해 현지 신문들이 부실시공을 문제 삼으면서 한국 정부와 한국국제협력단의 무상원조 사업을 싸잡아 비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설사 부실시공이라고 할 만한 문제가 있었다 해도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 사업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개발도상국 정부가 현지 신문에 내놓고 한국 정부와 시공사를 비난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대개 현지 한국국제협력단 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협력단 관계자는 7일 "네팔 무상원조 사업 입찰에서 연거푸 떨어진 한국 업체가 오래 전부터 삼부 측의 공사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등 시빗거리를 찾고 있었다"면서 '현지 언론을 동원한 악의적 언론플레이'로 보인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현지 신문 보도는 문제를 지적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정도를 넘는 것이었다. 칸티푸르 데일리는 '병실에서 우산을 써야 한다'는 제목을 달았고 입원환자를 거명하며 병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몸이 젖었으며 "병이 악화될 것 같아 다른 병실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네팔 주재 한국국제협력단 사무소는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10월 23일 즉각 회의를 소집했다. 병원 관계자와 티미 시 정부 관계자, 병원 관리를 맡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장미회 관계자가 참석해 대책을 숙의했다. 부실공사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비가 오면 천정에서 물이 새는 곳이 있었고 외벽 시멘트도 일부 벗겨져 다시 칠해야 했다. 병원 측이 시공사인 삼부토건에 계속 하자 보수를 요청했지만 삼부 측과 병원 측과의 입장 차이, 네팔 당국이 맡기로 한 진입로 공사 지연, 원자재값 폭등으로 하자 보수 공사가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아무튼 시공사 측이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협력단은 그러나 현지 언론 보도는 작은 하자를 부실공사로 침소봉대한 것으로 너무 과장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현지 신문에 인용된 병원 관계자에게 경위 설명을 요청하는 한편 대응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해당 병원이나 시 당국 모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병원 측은 이틀 뒤인 지난해 10월 25일 빔슨 타파 사무장 명의의 경위서를 보내 "대부분의 보도 내용은 없는 사실을 날조한 것(..most of the sentences are artificial, ..)"이라며 협력단 측에 사과와 함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타파 사무장은 또 현지 신문이 자신을 '소스'로 밝힌 데 대해 "사실이 아니다(not true)"라며 자신에게 "문의해 온 바가 없다"고 해명했고 "병실 침대 위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며 이와 관련해 인용된 환자 이름도 조작됐다"고 확인했다. 티미 시 당국에서도 "모든 신문 보도 내용은 사실무근(..has not the factual fround..)"이며 "병원에 관한 과장 보도에 대해 매우 놀랐고 걱정하고 있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보내 심심한 사과와 위로를 전하고 지속적은 협조와 도움을 요청했다. 사건은 잘 마무리된 듯했다. 병원과 시 당국에서 현지 신문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서신을 보내온 것으로 신문사들에 대한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국제협력단 본청에서도 무상원조로 지어진 병원에서 네팔 주민들이 값싸고 질 좋은 진료를 받고 있다면 국가 이미지가 훼손될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약 열흘 뒤인 지난해 11월 5일 한국의 모 신문에 '병실서 우산 쓰는 한ㆍ네팔 친선병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린 것이다. 네팔 현지 신문의 터무니 없는 과장보도에 대해 해당 병원 관계자와 시 당국자로부터 사과와 위로의 내용이 담긴 경위서까지 받고 일단락된 사건이 열흘 뒤에는 잘못된 현지 신문 보도 내용만 인용돼 국내언론에 전해진 것. 이번에는 협력단뿐 아니라 정부 해당 부처가 놀랄 일이었다. 그동안 국가이미지 제고에 일등공신이라고 여겨져 오던 한국국제협력단의 무상원조 사업이 자칫 국가 이미지를 깎아먹는 사례로 국내에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해당 부처에서는 협력단과 네팔 현지 대사관에 즉각 경위 조사를 지시했고 보도는 일과성으로 그쳤지만 당국의 해명이 부족한 탓이었는지 한ㆍ네팔 친선병원은 이후 6일까지 두 차례 더 '도와주고 욕먹는 무상원조 사례'로 한국 언론에 재인용됐다. 협력단 측은 특히 사실무근의 네팔 현지 신문 보도 내용이 처음 한국 언론에 전해진 경위를 궁금해하고 있다. 누군가 사건의 경위는 거두절미하고 잘못된 보도 내용만 간추려 한국 언론에 흘려줬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협력단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개발도상국을 도우면서 국가 이미지를 높이려 애쓰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국가 이미지를 고의로 훼손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무상원조 사업이 마무리된 뒤에도 하자 보수와 관련한 시공업체와의 협조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kjw@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