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페 2009. 9. 24. 06:44
<유엔총회장 카다피 `돌출 행동.발언' 눈살>
[연합뉴스] 2009년 09월 24일(목) 오전 03:46   가| 이메일| 프린트
"서방세계 7조7천억弗 阿에 보상, 오바마 영구집권해야"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의 돌출 발언과 행동이 엄숙한 유엔 총회장에 폭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다.
사상 처음으로 유엔 총회장에 참석한 카다피는 길고 품이 넓은 화려한 리비아 의상을 입고 등장해 `왕중의 왕'으로 소개를 받고 느릿느릿 연단에 올라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 직후였다.
총회 연설은 15분이 할당되지만, 그는 무려 90분 동안이나 연단을 장악한 채 장황하게 얘기를 끌어 나갔다.
프롬프터도 보지 않고, 손으로 쓴 메모지를 가끔씩 보면서 하는 즉석 연설이었다.
카다피는 `아프리카 1천 왕국의 이름으로' 서방 세계에 대해 7조7천700억달러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한 나라들로부터 아프리카는 그 돈을 되돌려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또 "유엔에 대한 존경은 없어졌다"고 일갈했다. 특히 `안보리'에 대해 "1945년 유엔 창설이래 약 65개의 전쟁이 있었고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다른 약소국들을 2류국가로 경멸해 왔고 자기들의 이해관계에만 충실해 왔다"면서 "안전보장이사회라고 불러서는 안되며 `테러이사회'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찬사를 늘어 놓았다.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를 `아프리카의 아들'이라며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한 카다피는 "오바마는 향후 4년 또는 8년 동안 어둠속의 희미한 불빛이며 그가 물러나게 되면 우리가 뒤로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오바마가 영구히 미국의 지도자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회장에서는 폭소와 함께 산발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카다피가 속사포 같은 아랍어로 장시간 연설을 하는 통에 이를 통역하느라 기진맥진한 유엔 동시통역사가 중간에 교체되기도 했다.
그의 연설시간은 정확히 1시간 36분이었지만, 1960년에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세웠던 4시간 30분의 기록은 깨지 못했다.
카다피의 연설도중 유엔 총회장은 절반이 자리를 떴고, 그 가운데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도 포함됐다.
연설이 끝난 후 그는 곧바로 퇴장하지 않고 총회 의장석으로 올라가 자신이 욕했던 유엔의 최고 간부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kn0209@yna.co.kr
 
 
<李대통령 유엔연설 데뷔..`기여외교' 강조>
[연합뉴스] 2009년 09월 24일(목) 오전 05:54   가| 이메일| 프린트
취임후 첫 공식연설..10번째 단상올라
북한 유엔대표부 참사관 연설 경청
(뉴욕=연합뉴스) 추승호 이승관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4차 유엔총회에 참석, 본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션에서 연설이 예정된 14명의 정상 가운데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에 이어 10번째로 단상에 올라 `세계에 기여하는 대한민국, 글로벌 코리아와 녹색성장'이라는 주제로 약 15분간 연설했다.
당초 이 대통령은 이날 정오(한국시간 24일 새벽 1시)께 연설을 시작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으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 연사로 나선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무려 90여분동안 연단을 장악하는 바람에 2시간여가 지난 오후 2시 11분께 단상에 오를 수 있었다.
연설 시작 2분여만에 통역 문제가 발생한 듯 사회를 보던 마디나 자르부시노바 주 유엔 카자흐스탄 대사가 연설중단을 요청한 뒤 "원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괜찮은가(Is it OK)"라고 물은 뒤 곧바로 차분한 모습으로 처음부터 다시 연설문을 읽어나갔다.
먼저 이 대통령은 알리 트레키 전 리비아 외교장관의 총회 의장 취임을 축하하고, 유엔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해 지지의 뜻을 밝히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저탄소 녹색성장, 북핵문제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단호한 목소리로 설명했으며, 본회의장의 각국 유엔대표단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한국의 이익과 세계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고 한국인의 복리가 인류의 복리에도 기여하는 글로벌 코리아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기여 외교'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관련, 연설 직전 가진 마지막 독회과정에서 북핵 일괄타결을 추구하는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의 개념을 설명하는 대목을 추가하도록 참모진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회에는 북한 유엔대표부의 홍재룡 참사관이 참석해 이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끝까지 지켜보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이 총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1991년,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 노무현 전 대통령(2005년) 등에 이어 이번이 6번째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제60차 유엔총회 고위급 본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 안보리 개혁방향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한 바 있다.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