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고등어낚시-부산국제영화제(라스트프로포즈)-보석 호박
- 태안 앞바다 고등어 낚시 인산인해
16일 충남 태안군 남면 당암리 포구에서 관광객들이 고등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요즘 당암리 천수만에는 15-20cm 크기의 고등어가 자주 나타나자 이를 낚으려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 태안군 >> (태안=연합뉴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음달 8일 개막한다. 10월16일까지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가 ‘시네마 천국’의 오색찬란한 불빛들로 물들 예정이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이번 영화제는 역대 최대 규모다. 70개 나라 355편에 이르는 상영작은 물론 99억5000만원의 예산도 새 기록을 썼다. 영화제에서 눈여겨볼 만한 몇가지 대목을 짚어본다.
■ 날아라, 한국 영화 최근 <해운대> <국가대표> 등 한국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새로운 한국 영화들을 대거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영화는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 장진 감독의 신작으로 장동건, 이순재, 고두심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세 명의 대통령을 각각 연기했다. 50대 노총각(안성기)과 20대 여대생(이하나)의 경쾌한 로맨스를 그린 <페어 러브>(신연식 감독), 아내(엄정화)와 정부(김효진)가 한 집에 머물며 벌이는 집착과 파국의 드라마 <끝과 시작>(민규동 감독), 노근리 사건을 민중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은 연못>(이상우 감독), <질투는 나의 힘>으로 주목받은 박찬옥 감독의 신작 <파주>, 영화 평론가 정성일씨의 감독 데뷔작 <카페 느와르> 등도 기대작이다.
한국 영화 회고전에서는 세 명의 영화인을 추모한다. 올해 30주기를 맞은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등 여덟 편, 지난 6월 타계한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등 세 편, 지난 1일 숨진 배우 장진영의 <소름> <싱글즈> <청연>을 상영한다.
■ 펼쳐라, 아시아 걸작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명성에 걸맞게 올해도 아시아 걸작들을 풍부하게 소개한다. 가장 화제를 모으는 영화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씨클로>로 널리 알려진 베트남 출신 트란 안 홍 감독의 신작이다. 이병헌, 조시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 등 한·미·일 세 배우가 참여한 것만으로도 벌써 입길에 오르내린다. 폐막작인 전쟁 스릴러 <바람의 소리>(첸 쿠오푸·가오 췬수 감독), 지난해 중국 쓰촨 대지진의 비극을 사랑과 희망으로 승화시킨 <청두, 사랑해>(프룻 첸·최건 감독) 등도 기대를 모은다.
홍콩 영화의 오늘을 상징하는 거장 조니 토(두기봉) 감독 특별전도 챙겨 볼 만하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데뷔작 <기묘한 사건>부터 1980년대 홍콩 누아르에 대한 향수를 부르는 <우견아랑>, 류더화(유덕화) 주연의 <니딩 유> <암전> <대척료>, 올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복수>까지 모두 열 편을 선보인다.
■ 발굴하라, 숨은 보석 세계 무대의 변방에서 좋은 작품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한 것도 이번 영화제 의 특징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지만 최근 새로운 흐름을 태동하고 있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작품을 상영한다. <헤르만> <히말라야에는 신이 산다> 등이 이목을 끈다. 아프리카 영화 여섯 편도 찾아온다. <카메룬의 사랑>(카메룬), <가난한 자들의 힘>(말리), <권력의 자리>(부르키나파소) 를 비롯해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등의 수작들을 소개한다.
이전에는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을 찾아내기 위한 경쟁 부문이 아시아에 국한된 ‘뉴 커런츠’ 섹션에만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비아시아권 신인 감독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플래시 포워드’ 섹션에도 경쟁 부문을 신설, 외연을 넓혔다.
■ 이겨라, 예매 전쟁 부산으로 가기에 앞서 티켓 예매가 먼저일 텐데, 매년 ‘전쟁’이 벌어진다. 개·폐막작 예매는 21일 오후 5시부터 예매 전용 사이트(www.piff.kr)에서만 가능하다. 나머지 상영작들은 23일 오전 9시부터 누리집과 전국 지에스25 편의점, 부산은행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한편, 신종 인플루엔자 우려에 대해 영화제 쪽은 “관객들이 극장 입구에서 손을 소독하도록 하고 의사가 상주하는 신종 플루 대책본부를 운영하는 등 대책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리뷰] ‘라스트 프로포즈’
류더화·슈치의 홍콩판 ‘꽃남’ | ||||||||
재벌과 서민의 사랑. 드라마 ‘꽃보다 남자’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라스트 프로포즈’(감독 류웨이장) 이야기다. 마카오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극적인 굴곡이나 충격적 반전 없이 예상 가능한 스토리 라인을 가만가만 따라간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진부하다.”며 한마디로 내치기도 어렵다. 이유는 ‘상투적 러브스토리’란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한 최대치의 영감을 살갑게 전달해 주고 있기 때문이며, 홍콩의 두 유명 배우 류더화와 슈치의 사랑스러운 연기 호흡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최고의 재벌인 샘(류더화)은 백만장자답지 않게 털털하고 유머가 넘친다. 모자란 것 없는 그이지만, 3번의 이혼 경력이 말해 주듯 사랑만큼은 쉽지 않은 문제다. 어느 날 그는 사업차 방문한 마카오에서 클럽 댄서 밀란(슈치)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빈털터리지만 인생을 100% 즐길 줄 아는 그녀는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마침내 교제를 시작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마냥 행복하던 순간도 잠시, 그가 재벌임을 알게 된 밀란은 고민에 빠진다. 홍콩 사교계의 반응도 냉랭하기 짝이 없다. 최상류층을 다루는 만큼 영화에는 눈요깃거리가 넘쳐난다. 극중 샘이 묵는 스위트 룸은 하루 숙박료가 1000만원에 육박한다고 하며, 샘이 밀란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건네는 다이아몬드 반지는 명품 카르티에의 6캐럿짜리라고 한다. 100억원이 소요됐다는 작품의 제작비는 이처럼 고급스러운 시각미를 선사하는 데 쓰였다고 보면 된다. 경제력의 차이, 곧 현대판 신분의 차이는 단지 조건의 차이에 지나지 않을까. ‘조건없는 사랑’을 쉽게 이상화하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 사랑이 번번이 이 조건 앞에서 무너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혹은 이 조건을 뛰어넘어 결합에 성공하는 것은 정말 열광받아 마땅한 일일까. 영화는 ‘결혼’이란 인생의 중대지사를 축으로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진다. “사랑은 유리구슬과 같다. 땅에 떨어지면 산산이 부서지는….” 영화는 이같은 구절을 읊조린다. 정작 작품 속 사랑은 솜구슬에 가깝다. 땅에 떨어지면 순간 부피가 줄어들지만, 다시 믿음이란 공기를 불어넣으면 원래처럼 커지는 솜구슬 말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진실한 사랑’에 이르는 두 사람의 연애 여정을 손에 쥔 구슬을 바라보듯 감상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새달 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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