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신승훈, 990명의 특별한 팬들을 홀리다

[세계닷컴]
팬들과 가수가 하나 되기는 힘들다. 팬들은 가수를 믿고 그의 가창력과 퍼포먼스, 노래 모두를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인정'해야 하고, 가수는 오랜 기간 자신을 믿어준 팬들에게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주려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2009 더 신승훈쇼-리미티드 에디션(2009 The 신승훈 Show-Limited Edition)'은 90년 데뷔 후 줄곧 자신을 믿어준 팬들과 가수 신승훈이 하나 되는 끈끈한 교감의 무대를 만들었다.
‘오랜 이별 뒤에’로 오프닝 무대를 연 신승훈은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그런 날이 오겠죠’,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연이어 부르며 5일간의 공연의 첫 스타트를 알렸다.
시작부터 뜨거운 팬들의 호응에 “공연을 하기 전 엄숙한 분위기를 생각했었는데 그냥 다른 공연과 같다. 괜한걸 기대했다”는 오프닝 멘트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 신승훈은 “데뷔 19년 만에 소규모 공연은 처음으로 나에겐 특별한 공연이다”며 “이름만 거창한 리미티드 에디션이 아니라 정말 멋진 공연을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신승훈은 ‘나처럼’, ‘못된 기다림’, ‘어느 멋진 날’, ‘레이디(Lady)', '애심가’, ‘이별 그후’, ‘송연비가’ 등의 감미로운 발라드와 ‘내 방식대로의 사랑’, ‘그녀와 마지막 춤을’, ‘어긋난 오해’, ‘엄마야’ 등의 신나는 댄스곡 등 주옥같은 노래들을 선보이며 990명의 팬들을 추억 속에 흠뻑 젖어들게 했다.

무대의 구성은 아주 독특했다. 무대 중앙을 가로지르는 계단의 형상은 태극무늬의 한국적인 이미지를 강조했고 공연 중간 중간 양옆의 벽면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영상이 비춰지기도 했다. 곡의 편곡적인 면에서도 해금과 같은 국악기를 이용하여 한국적인 면을 크게 부각 시키려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신승훈은 앞서 선언한 대로 무선마이크가 아닌 유선마이크를 사용함으로써 특별한 음질을 선보였다. 신승훈 같은 대형가수의 공연에서 유선 마이크를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가수가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게 되면 무대 위의 활동이 크게 자유로워진다. 거추장스런 선이 없으니 무대가 깔끔해지고 줄에 걸려 넘어질까 신경 안 쓰고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유선 마이크 선으로 인한 크고 작은 방송 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무선 마이크 시스템은 그 작동방식의 특성상 유선 마이크보다 음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그래도 무대 위의 비주얼을 위해선 그것을 감수하고 무선 마이크를 쓰는 것이 현 실정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신승훈의 가창력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고급 유선 마이크를 씀으로써 ‘명품공연’의 명성에 걸맞는 음향 시스템을 선보였다.
특히 이날 신승훈은 대형 공연장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이벤트를 마련했다. 관객의 이름을 호명하며 일대일 대화를 나누고 결혼을 앞둔 연인들을 즉석에서 선정하여 축가를 선물하는가 하면, 앞줄에 앉은 관객에게 직접 캠코더를 전달하여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게 하기도 하며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 수록곡 '나비효과'와 ‘아이 두(I Do)'로 무대를 연 2부에서는 ’헤이(Hey)', '날 울리지마‘, ’미소속에 비친 그대‘, ’처음 그 느낌처럼‘, ’하늘 가까이‘, ’전설속의 누군가처럼‘ 등의 히트곡들을 선보였다.
신승훈은 그 자리에서 바로 신청곡을 받아 직접 기타연주를 하며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소녀시대의 ‘지(Gee)'를 불러달라는 요청 등 생각지도 못했던 신청곡에도 능숙하게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선사했다.
이어 신승훈은 공연 전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일본에서 발표한 신곡 ‘마이 러브(My Love)’의 한국어 가사 응모 이벤트 당첨작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팬으로서 신승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당첨작은 ‘난 너 뿐인데 왜 자꾸 일본에만 가고 있니…, 내 마음속에는 오직 너뿐이야 사랑한 날이 아까워서라도…' 등의 가사로 많은 팬들의 공감을 얻으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공연준비에 있어 리허설이 꼼꼼하기로 소문난 신승훈이지만 그래도 라이브 실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옥에 티’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이번 첫 회 공연에서 신디사이저 파트의 세션 쪽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보통 신디사이저를 맡은 세션 맨은 수천가지의 소리를 가진 신디사이저에 공연 중에 쓰일 음색을 저장해 놓는다. 공연 도중 그 어마어마한 양의 소리를 일일이 찾아서 연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리 곡 순서에 맞게 음색을 저장해서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마다 그 음색을 연주하는 것인데 어찌 된 사정인지는 몰라도 다음 곡 시작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신승훈의 모습은 “역시 신승훈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했다. 문제가 발생하자 당황하지 않고 “안 되면 라이브로 가자. 좋은 사운드를 빼더라고 우리 밴드는 최고의 밴드이기 때문에 충분하다“며 곧바로 공연을 진행했고, "환불하지 마" "못 나가, 문 다 잠가놨어~" 등의 위트 넘치는 멘트로 관객들을 폭소케 하는 모습은 '데뷔 19년, 700회의 공연 횟수' 경력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3시간이 넘는 공연은 신승훈의 앵콜 무대 ‘보이지 않는 사랑’과 ‘그 후로 오랫동안’의 열창으로 팬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며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편, 3월 25일 일본에서 정규 음반을 발표한 신승훈은 이번 '2009 더 신승훈쇼-리미티드 에디션'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일본 5개 도시 투어를 개최하며, 이어 올 하반기 중국,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을 돌며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엠넷미디어 제공
성경희 기자 sungyang@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