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세계최대이슬람은행상반기건설

그린페 2009. 1. 24. 01:56

시민에 15조원 돌려준 홍콩 ‘실용 행정’의 힘 [중앙일보]

사상 최대 흑자 낸 건 친기업 정책 덕분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 “경쟁력 확보 위한 실용주의가 오늘의 홍콩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홍콩의 도널드 창 행정장관(총리 격)은 입법회의(의회)에서 ‘홍콩 신방향’이라는 제목의 시정연설을 했다. 당시 그는 향후 경제정책 운용에서 실용과 약속 이행, 그리고 지속성을 중시하겠다고 했다.

4개월 후인 27일 홍콩의 존 탕(曾俊華) 재정사장(경제부총리 격)은 2008~2009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1250억 홍콩달러(약 15조원) 규모의 감세·환급 및 보조금 지급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처음 시행했지만,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다. 탕 사장은 “실용 행정의 근간은 홍콩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의 힘으로 일궈낸 경제성과가 시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배경 설명을 했다. 올해 불투명한 세계 경제에 대비해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대책의 하나로도 분석된다.

◇경쟁력은 친기업 정책=천문학적인 재정흑자를 올려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게 된 비결은 홍콩 정부의 기업 중시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평가에서 14년째 경제자유도 세계 1위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비즈니스 환경의 제1요소로 꼽히는 금융산업 경쟁력이 세계수준이다. 세계 100대 은행 중 80여 곳이 홍콩에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두고 있다. 첫째 이유는 선진 금융기법과 자유로운 금융 비즈니스 보장이다. 법인세율이 15%로 세계 최저 수준인 데다 금융 당국은 감독과 규제보다는 업체들의 애로사항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다 1조 달러에 달하는 이슬람펀드 시장 유치까지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는 이슬람 투자자들이 신청한 ‘항셍 이슬람차이나 인덱스펀드’를 전격 허용했다. 나아가 올 상반기에는 이슬람펀드 유치에 장애가 되는 모든 법규를 개정키로 했다.

중국과의 경제무역협력 강화협정(CEPA)도 중국 투자를 노리는 세계 기업을 홍콩으로 유치하는 큰 힘이다. 현재 1448개 품목에 대해 상호 무관세 협정이 맺어져 있는데 올해는 17개 품목이 더 늘어난다. 법률과 건설 전시 등 28개 서비스 영역에서도 중국 투자를 할 때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덕분에 지난해는 전년보다 23% 늘어난 10만761개 기업이 홍콩에 신규 등록했다. 홍콩에 등록된 기업은 최근 4년간 매년 10~20%씩 증가해 65만여 개에 이른다. 이 밖에도 기본적인 서류 몇 건만 갖추면 하루 만에 법인 설립이 가능하고,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는 것도 세계 자본의 홍콩 유입을 촉진하는 요소다.

나아가 올해는 법인세를 현행 17.5%에서 16.5%로 낮추는 등 더욱 기업 경영 환경을 개선했다. 경쟁국인 싱가포르의 법인세(18%)보다 낮춰 외국 기업의 투자를 더욱 촉진시키려는 포석이다. 현행 40%인 와인 관세를 아예 없애 아시아 최고 와인산업 메카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행 20%인 맥주 등 30도 이하 주류의 관세도 소비 활성화와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폐지됐다.

◇경제 실적은 시민의 것=홍콩 정부 조치의 핵심은 690만 홍콩시민에게 골고루 경제 성과가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홍콩은 지난 4년 동안 평균 7%에 가까운 고성장으로 2007~2008 회계연도에 1156억 홍콩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재정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봉급생활자에게는 지난해 소득세의 75%를 감면해 올해 적용한다. 연봉 48만 홍콩달러(약 5760만원)의 중산층 소득자의 경우 3920홍콩달러(약 43만400원)의 소득 증가 효과를 얻게 된다. 개인소득세율도 현행 16%에서 15%로 1%포인트 낮췄다. 서민들을 더 배려해, 정부 임대주택에 사는 저소득층에는 회계연도 내 1개월분 임대료를 면제해 주고 70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3000홍콩달러의 복지수당을 지급한다. 이 밖에 서민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의료보험을 개혁하기 위해 500억 홍콩달러를 투입하고, 대학의 연구 기능 활성화를 위해 180억 홍콩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경제무역협력 강화협정(CEPA)=국가가 아닌 독립된 관세구역 간에 상품·서비스 교역 자유화를 확대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 중국과 홍콩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만들기 위해 2003년 체결됐다. 중국은 CEPA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 홍콩 기업이 중국 기업과 수입 거래를 할 때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고 중국 금융기관들은 홍콩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