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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은퇴

그린페 2009. 1. 14. 00:47
[현장메모]눈물흘린 찬호, 웃으며 놔주자
[스포츠월드] 2009년 01월 13일(화) 오후 10:00   가| 이메일| 프린트
그동안 박찬호는 신화 속 존재였다. 혈혈단신으로 야구 본고장 미국에 건너가 거침없이 공을 뿌리면서 117승이나 올린 ‘코리안 특급’이었고, 한국이 IMF 구제 금융으로 시름하던 시기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영웅’이었다. 6500만 달러의 사나이로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존재가 박찬호였다.

그랬던 박찬호가 마침내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왔다. 박찬호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2회 WBC 불참과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히면서 인간이 취할 수있는 가장 감정적인 언어로 소통했다. 눈물이다.

박찬호는 30분 가량의 기자회견 동안 크게 두 번 울었다. 스스로 대표팀 ‘은퇴식’을 하면서 한 번,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조촐하게 셀프 ‘입단식’을 하면서 한 번이다. 전자가 미안함의 눈물이었다면, 후자는 설움의 눈물이었다.

박찬호는 고민 끝에 대표팀 불참을 결정한 것에 대해 연신 김인식 감독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더니 대표팀 은퇴를 언급하면서는 눈물을 삼키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직간접적인 대표팀 참가 요구가 박찬호의 어깨를 얼마나 짓눌렀는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박찬호는 그러면서 “자신없다. 국민들이 나한테 얼마나 희망을 걸고 있는지 알지만 기쁨을 드릴 자신이 없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박찬호는 또 지난 7일 필라델피아 신체검사 통과 후 예정됐던 입단 기자회견이 소속팀 투수 약물복용 사건에 묻혀 취소된 사실을 공개하면서 “내 위치가 이제 그 정도 밖에 안되는가 서운하기도 했다”며 서러운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손수 챙겨온 유니폼을 입어 보이며 울먹이는 소리로 “태극기를 달지 못하지만 애정과 성원을 항상 간직하겠다”고도 했다.

그도 인간이었던 것이다. 나이들고 약해지는 것이 두려운 평범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신화 속 영웅으로 받들어 질 때도 그는 외로운 인간이었을 것이다. 그의 불참으로 당장 WBC 대표팀이 큰 정신적, 전력적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 그를 평범한 인간으로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웃으며 놔줘야 한다.

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