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점종 소장
경북대 법학과 졸업
1977년 대우그룹 입사
2002년 프랑스 보르도 경영대학원MBA
현재 우리자산관리주식회사 대표이사
최성순 대표
영남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건국대 경영대학원 정기 와인 세미나 진행
케이블방송 동아TV ‘워너비 소믈리에’ 심사위원
현재 ‘와인21닷컴’ 대표
최근 출간된 ‘와인 & 와이너리’(생각의나무)가 출판계와 와인업계 양쪽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양 자료에 의존했던 기존의 와인서적과는 달리, 한국인 저자가 직접 글을 쓰고 한국인 사진작가가 모든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송점종(60) ‘J.J. Song 와인문화연구소’ 소장은 현재 우리자산관리주식회사 대표이사 겸 사장이기도 하다. 송 소장은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1977년 대우그룹에 입사했으며 1994년 대우인상, 1995년 철탑산업훈장 등을 받았다. 특히 2001~2002년에 보르도 경영대학원(Bordeaux Ecole de Management)에서 세계 최초로 와인산업경영학 석사(Wine MBA) 학위를 취득하였다. 지난 9월 16일 주간조선 와인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최성순 ‘와인21닷컴’ 대표가 송점종 소장을 직접 만나 책과 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성순 송 소장님께서는 와인을 언제 처음 접하셨나요?
송점종 제가 처음 마신 와인은 국산 ‘애플 파라다이스’입니다. 이 와인은 태풍 ‘사라호’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태풍 ‘사라호’는 1959년 가을에 왔는데 한국 역사상 가장 심한 피해를 입혔죠. 당시 대구 지역 과수원에 익지도 않은 사과가 모두 떨어졌습니다. 그 풋사과를 걷어 만든 게 애플 파라다이스라는 거죠. 사과로 만든 와인이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많이 마셔요. 저는 왠지 그 와인이 좋았어요. 이후 행운이었던 것은 대우그룹 입사 후 19 81년 3월
리비아로 해외발령을 받았다는 거죠. 그곳에서 외국 주재 외교관, 석유기술자, 기업인들과 어울리면서 수많은 파티를 열었고, 주로 와인을 마셨어요. 무슬림 국가였기에 와인 공급이 여의치 않았죠. 그래서 개인 소유의 미니 양조장을 지어 와인을 만들어 마셨어요.
최 포도 등 와인 제조를 위한 재료는 어떻게 조달 받으셨습니까?
송 리비아는 과거
로마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던 국가죠. 당시 유럽으로부터 포도나무가 넘어왔어요. 지금의 카다피 대통령이 정권을 잡기 전까지 와인이 많이 생산됐죠. 그가 정통 무슬림 국가를 표방하면서 음주를 금지했고 와인산업은 중단됐지만, 포도나무는 계속 자라났죠. 당시 포도 1㎏은 150원 정도로 가격이 저렴했어요. 한 번에 1000㎏씩 사서 가족, 일꾼들과 함께 밟아가며 항온·항습시설을 갖춘 환경에서 제대로 와인을 만들었어요. 유럽을 통해 와인 제조 기계를 모두 구입했죠. 제조 기술은 독학과 유럽 기술자들의 레슨을 병행해서 배웠고, 매년 휴가 때마다 유럽의 유명한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해 견학했기에 결국 저 혼자서 만드는 데 어려움이 없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와인에 있어선 어느 누구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있게 됐죠. 정말 행운이었어요. 돈만 주면 바로 사서 마실 수 있는 유럽이나 미국으로 파견을 갔다면 전 그냥 와인을 즐기는 사람으로 끝났을 거예요. 지금도 매년
여름휴가철이면 가족과 함께 하는 세계의 와이너리 여행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습니다.
최 송 소장님이 한국인 최초의 와인 메이커(제조자)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혹시 그때 만든 와인을 지금도 갖고 계신가요?
송 그게 아쉬워요. 그때는 필요에 의해 와인을 만들었고 모두 마셔버려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최 와인을 직접 만들어보셔서 그런지 송 소장께서 이번에 쓰신 책을 읽어보면 와인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으면서도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을 잘 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송 책을 쓰는 데에는 어려움도 많았어요. 작년 말 대우로부터 분리된 우리자산관리주식회사를 인수하면서 일이 너무 바빠졌어요. 그래서 작년 7월 출간예정이었던 책이 올 8월에 나오게 된 거죠. 사진은 장영준 작가에게 의뢰해서 글에 어울리게 일부는 새로 찍었어요. 심지어 출판 직전인 지난 7월에도 현지에 가서 사진을 찍어준 장영준 작가에게 감사 드리고, 좋은 책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저의 요구를 일일이 받아준 박광성 ‘생각의 나무’ 사장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이전에 한국 와인책을 읽어보면 상당 부분 남의 글을 그냥 인용한 거더군요. 사진도 제공 받은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남의 글을 인용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와인 변방 국가이지만 그 변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와인산업에 대해 제대로 써보자는 생각을 했고 실천한 거죠.
최 16개국의 와인 산업을 상세하게 소개한 글을 영문으로도 번역해서 수록하셨는데요.
송 변방인의 눈으로 본 와인산업 이야기이지만 우리만 읽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너희들보다 못할지 모르지만 우리 시각은 이렇다’라는 걸 알리기 위해 영문 번역을 의뢰해 제가 다시 감수를 한 거예요. 오는 11월 열릴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도 출품할 겁니다.
최 전문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크게 써서 비주얼이 매우 좋습니다. 장영준 작가와는 함께 다녔습니까?
송 시간을 맞출 수 없어서 따로 다녔습니다.
최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을 알려주시죠.
송 와인에 입문하는 분들은 권말에 50쪽 정도로 요약한 ‘와인문화와 비즈니스’부터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량은 적어도 내용이 무척 알차요. 물론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프롤로그를 영문으로 번역하지 못했어요. 사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모두 프롤로그에 들어있어요. 재판을 찍으면 꼭 영문 번역을 넣으려고 해요. 그걸 서양인들도 꼭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최 송 소장님은 프랑스 보르도 경영대학원에서 와인산업 경영학 석사(MBA)를 세계 최초로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송 2001~2002년 그곳에서 공부를 했고 학위를 땄어요. 와인산업 경영학 석사로는 1기입니다. 2000년 프로그램이 개설됐을 때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조카가 현지 신문 광고를 오려서 보내왔어요. 그런데 입학자격요건이 다른 건 모두 충족되는데 ‘5년 이상 와인산업 종사자’란 사항이 제게 해당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2000년부터 운영하던 양식당 ‘카사JJ’, 한식당 ‘가야랑’에서 와인을 판매했던 걸 떠올렸고, 그 경력을 활용했죠. 대우 해외사업본부에서 오래 경험한 것도 입학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글로벌 인재를 우대한다고 했거든요. 원서를 내고 캐나다에 출장을 가 있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어요. 입학허가서가 왔다고. 하지만 붙고 나니 또 고민이 되더라고요. 한국에서 해야할 일이 많았고, 주변에 ‘그 나이에 편하게 살지 무슨 공부를 하러 가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최 ‘이것을 해서 무언가를 얻어야겠다’라는 투자 개념보다는 정말로 와인이 좋아서 학위를 따신 거군요.
송 그렇죠. 취미가 과했다고나 할까요. 직접 와인을 만들어봤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지요. 결국 회사에 사표를 내고 프랑스로 갔어요. 학교에는 저를 제외한 동기 12명이 모두 서양인이더라고요. 보르도 매니지먼트 스쿨(BEM)은 1874년에 설립됐고 프랑스에서도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경영대학원입니다. 우리나라 성균관대학교와 협력관계를 맺어 일반MBA 프로그램에 교환학생들이 와 있더군요. 지금까지 와인 MBA를 이수한 한국인은 아직까지 저밖에 없고요. 저 다음에 중도포기한 사람이 한 명 있고, 지금은 또 다른 한 명이 재학 중이에요. 동양에서는 2회 졸업생인 싱가포르인이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최 대학원 동기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송 프랑스, 뉴질랜드, 영국, 오스트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벨기에 등 8개국에서 모였고, 나이는 세 사람이 저와 비슷했고, 대부분 30~40대였지만 나이 차이는 느끼지 못하고 지냈어요. 저만 빼고 모두 와인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해왔고요. 학교에서는 2년 과정을 1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이수시켰죠. 학비는 숙박비를 포함해 당시 3만~4만유로 정도된 것 같아요. 사실 학비보다 더 든 것이 비행기 값이에요. 수업을 5개국에서 했거든요. 기본적인 것은 프랑스에서 배웠지만 금융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UC Davis, 마케팅은 일본 게이오 경영대학원, 포도재배는 칠레 산티아고의 가톨릭 농과대학, 그리고 와인경제는 호주 아델레이드의 남호주대학교 등에서 수업을 했죠. 또 1기라고 금융, 경제, 마케팅, 매니지먼트 등 4편의 논문을 쓰게 했어요. 13명 중 11명만 학위를 받았죠. 지금은 논문을 하나만 쓰면 된다고 하니 후배들은 좋겠어요.
최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매우 다양한 것 같습니다. 물론 와인보다는 경영학에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만.
송 다른 건 모두 일반 MBA와 같으면서도 주로 와인 생산과 공급뿐만 아니라 패킹(Packing), 서플라이 체인 매니지먼트(Supply Chain Management), E-커머스(E-Commerce) 등까지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를 포함해 철저하게 와인산업 전반에 걸쳐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했어요.
최 한국 와인제조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송 수없이 받은 질문이지만 대답할 때마다 괴로워요. 사실대로 얘기하면 절망적이죠.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요. 우리나라 와인제조업이 안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일단 포도 원가가 너무 비싸요. 프랑스에서 포도 1㎏이 300원이라면 우리나라는 10배나 돼요. 또 토양과 기후가 잘 안 맞아서 좋은 와인으로 만들기엔 포도의 질이 떨어지죠. 우리나라 포도는 당도가 떨어지고 껍질이 얇아 타닌도 부족해요. 산도가 맞아도 당분과 타닌이 부족해서 와인으로 만들면 도수도 낮고 힘이 없죠. 그렇지만 화이트 와인은 다소 희망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고랭지 채소처럼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면 돼요. 그러면 개성있는 화이트 와인 생산이 가능하다고 봐요. 이미 일본의 성공사례가 있으니 벤치마킹하면 되고요.
최 우리나라에는 막걸리 등을 비롯한 발효주가 발전했잖아요. 포도는 힘들더라도 감과 같은 다른 과일로 만든 와인은 어떻습니까?
송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양조를 할 것이냐는 기술적인 문제와 제도상의 문제에 달렸겠죠. 예컨대 낮은 당도를 어떻게 보충할 것이냐, 그런 술을 차라리 전통주로 인정 받아 세제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 등이죠.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제도상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아요. 일본의 경우는 벌크로 수입한 와인에 소량의 국산와인을 섞어도 국산으로 인정해 줘요. 특히 주세가 종가세가 아닌 종량세로 되지 않으면 힘들다고 봐요.
최 국산 와인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송 국가 간의 물물교환이라는 무역이 있잖아요. 서로에게 경쟁력 있는 상품을 교환하는 거죠. 와인도 마찬가지예요.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등에서 싸고 맛있는 것을 사서 마시면 됩니다. 대신 우리는 휴대폰을 팔면 되죠. 그게 더 이익 아닌가요?
최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외국에서 물건을 들여온다고 하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송 반대할 사람은 해야죠. 반대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한국에서 포도주를 만드는 것을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어요. 없는 것보다 ‘한국에도 이런 것이 있다’라는 게 더 좋으니까요. 일본에는 ‘메르시안’이라는 토종 와인브랜드가 있어요. 물론 세계 유명 브랜드의 와인과는 비교가 안 되죠. 하지만 메르시안만 찾아 마시는 일본인들이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산토리’처럼 와인 판매뿐만 아니라 피크닉, 와이너리 체험 등 일종의 레저 문화상품으로 연계하여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죠.
최 우리나라 와인의 수입 유통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송 결국 한국의 와인 유통시장이 발전하려면 온라인 유통이 열려야 합니다. e-비즈니스가 허용돼야 하죠. 현재 우리나라에서 와인이 판매되는 곳은 백화점, 마트 중심이에요. 임대료, 관련 주류세 등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e-비즈니스죠. 아직 정부에서 허가를 해주고 있진 않아요. 세계적 경매사이트인 이베이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와인판매 덕분이었죠. 그만큼 온라인 쪽의 성장가능성은 크다고 할 수 있어요. 만약 EU와 FTA를 체결한다면 온라인 유통시장은 반드시 열릴 거예요. EU쪽에서 강력하게 요구할 테니까요. 사실 정부 관계자들도 결국 온라인 판매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요. 다만 시기가 문제죠. 최대한 늦게 허가를 하자는 방침인 것 같더라고요.
최 앞으로 와인 관련 책을 더 쓰실 생각은 있습니까?
송 구체적으로 ‘언제 써야지’라는 계획은 없지만 쓰고 싶은 내용은 있어요. 하나는 와인학 원론이나 개론을 써서 제대로 된 와인교과서를 만드는 거예요. 또 하나는 와인생산지를 통해 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기행문이에요. 제목도 정해놓았어요. ‘In the search of wine root(와인의 뿌리를 찾아서)’ 혹은 ‘In the search of wine road(와인의 길을 찾아서)’예요. ‘와인의 뿌리를 찾아서’는 서울에서부터 출발해 그루지아나 이란을 최종 목적지로 하는 것이고요. 또 ‘와인의 길을 찾아서’는 그루지아나 이란에서부터 서울로 오는 거죠. 이것은 방송국과 연계해서 일종의 다큐멘터리로 진행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 송점종 소장이 추천하는 ‘맛있게 와인 즐기기’ |
“한정식엔 화이트 와인이 어울려”송점종 소장은 절대 혼자서 와인을 마시지 않고, 또 항상 식사와 함께 즐긴다. “집에서 불고기 등 육류가 나오면 무조건 와인을 꺼내요. 아내도 알아서 챙겨줄 정도죠. 또 비즈니스 모임에서도 웬만하면 와인을 선택하죠. 한정식집에서도 와인을 택해요.”
한식과 와인은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음식에 무게 중심을 둔다면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된다고 한다. “한식에 어울리는 와인은 레드보다는 화이트예요. 청주를
곁들여 한정식을 먹는 것처럼 화이트 와인과 함께 드시면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 유의해야 할 점은 음식과 와인의 주종관계 설정이다. “식사의 주인이 음식과 와인 중 무엇인지를 생각하시면 돼요. 음식이 주인이라면 와인 향이나 맛이 음식보다는 약한 것으로, 와인이 주인이라면 음식 향이나 맛이 약한 것을 매치하는 것이죠.”
와인 시음 시 물과 바게트 빵만을 제공하는 이유도 이 같은 주종관계에 기인한다고 한다. “물은 무색무취라 와인을 먹기 전 입안을 깨끗하게 해주죠. 또 바게트 빵은 적절히 침을 고이게 해요. 시음은 와인이 철저히 주인이니까요.”
/ 정리 = 서일호 기자 ihseo@chosun.com
김소연 인턴기자ㆍ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