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가 여야관계에 있어 타협과 절충보다는 목표가 생기면 어떻게든 관철시키는데 주력하는 성향이라는 점에서 “대여투쟁의 선명한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친이-친박 갈등의 ‘촉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도 민주당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속내는 어떨까.
‘누가 민주당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이 웃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여당 곳곳에 던졌다. 한나라당의 시각은 대부분 ‘민주당 정체성-정통성’과 ‘대권구도’에 맞춰져 있었다. 물론 “야당대표가 누구인들, 우리가 잘하면 된다”는 원론도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을 웃게 할 민주당 대표’로 손학규 상임고문을 꼽은 의원들은 “민주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 최고위원은 “손학규가 민주당 대표가 되면 우리가 상당히 편할 것이다. 우리가 내준 사람이니까”라며 “손학규가 민주당 정체성이 맞는가”라고 되물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유력후보였던 손 고문이 탈당한 뒤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전력’이 크게 작용한 것.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손 고문을 “손 (경지도)지사”, “손 선배” 등으로 칭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 고문의 ‘흔적’이다.
아울러 “지금 상황에서 손 고문이 대표가 되면,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2개월째 비대위 대표를 지내면서 강력한 대여투쟁으로 ‘야성(野性)’을 발휘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재오 장관(박지원)을 두고 총리(손학규)를 뽑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꼬았다.
하지만, 가장 까다로운 후보를 ‘역선택’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심도 묻어났다. 손 고문을 꼽은 인물들 가운데, “그가 되는 분위기”라고 보는 시각이 다수였다. 지난 한나라당 대선경선 당시 열린우리당에서 “이명박 후보가 제일 손쉬운 상대”라고 지목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한나라당을 속속들이 아는 한나라당 출신이니 도리어 껄끄러운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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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빅3로 꼽히는 정동영 고문, 손학규 고문, 정세균 전 대표(사진 왼쪽부터) 등이 출마선언을 마치고 경선에 돌입했다. ⓒ 연합뉴스 |
“대권-기득권 싸움 일으킬 후보가 우리 웃게할 것”
정동영 상임고문을 꼽은 인사도 적지 않았다.
당내 대권-기득권 싸움을 일으킬 후보가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이 ‘웃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다. 이는 민주당이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 계파싸움을 지켜보는 시선과 비슷하다.
한 초선의원은 “과거처럼 대권도전을 여러차례 하면서 ‘7전 8기’가 미덕이었던 시대는 끝났다”며 “정 고문이 대표를 해도 또 다시 대권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권 욕심이 민주당 전체를 흔들 수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패한 정 고문은 ‘한 번 더’, ‘지난 패배를 설욕해야지’라는 생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의원은 “관리형 대표를 뽑는데,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이 나오는 것은 난센스”라며 “대권이나 기득권, 당권에 집착하는 사람이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에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이 지난대선에서 패한 뒤 정치권을 떠나 있다가 지난해 전주 덕진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것도 한나라당의 시선에 걸렸다. “정치적으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예전처럼 쉽진 않다”며 “(다른 당 얘기지만) 배지 달기 위해 탈당한 사람이 당대표로 나서니 기가 차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전 대표를 지목하진 않았지만, “야성이 부족한 후보가 되면 좋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유약한 이미지’로 통한다.
한나라당 한 친박계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호프(대선주자)’가 나오길 원하지만, 어느 후보가 대표가 된다고 (대선주자로) 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대중성에서 타 후보들에게 밀리고, 대선 경쟁력은 ‘미검증 상태’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편 민주당 전대는 다음달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다. [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