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침체로 쓸쓸한 ‘무역의 날’을 맞았다. 무역수지 흑자를 위해 밀어내기 수출이 여전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단순히 제품을 팔기보다 브랜드와 경영노하우를 수출한다면 무역 흑자를 위해 밀어내기 수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
‘치킨’만을 파는 것보다 ‘치킨 사업 시스템’을 파는 행위는 최고의 부가가치를 가진 훌륭한 지식산업이 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 흐름도 유형 산업에서 무형 지식산업으로 이동한다. 이제는 치킨을 팔지 말고, 치킨 사업의 브랜드와 경영노하우를 팔아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특히 고급 인력은 넘쳐나지만 부존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무형 지식산업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이다.
2008년 인터브랜드 가치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 국부의 약 10%를 점유한 삼성이 세계 21위에 올랐다.
그러나 세계적인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맥도날드는 무형의 지식산업으로 세계 8위에 오르는 엄청난 브랜드 파워를 과시했다.
맥도날드의 예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무형 지식산업은 자본의 직접적인 투자 없이도 국외 수출을 통해 매출액 및 로열티 수익만으로 우리나라 기간산업인 자동차에 버금갈 정도의 수출 실적을 거둘 수 있는 파워를 가진 산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로열티를 벌어들이기는커녕, 국내에 진출한 많은 국외 프랜차이즈 기업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기 바쁜 실정이다.
만일 우리가 우수한 인재와 풍성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국외에 지불하는 로열티만큼, 혹은 그 이상을 국내로 벌어들일 수 있다면 우리의 경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해 나가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간혹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해서 오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프랜차이즈 산업은 가맹점 본사만을 위한 산업이 아니라 본사와 가맹점,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공동의 이익을 나눠 갖는 산업이다.
필자는 공동구매에 의한 구매 원가 절감과 공동물류에 의한 물류 비용 절감, 그리고 공동마케팅에 의한 광고효과의 극대화를 통해 창출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소비자·가맹점·본사가 나눠 향유하는 새로운 한국적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개발해 성공시킴으로써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을 성장·발전시켰다.
이뿐 아니라 ‘치킨 사업 시스템’이라는 무형 지식산업으로 전 세계 55개국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물론 이러한 성공의 밑바탕에는 전국 가맹점과 본사의 공동 노력이 깔려 있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기술력뿐 아니라 이익 창출, 시장지배력, 첨단사업 부문에서 심각한 압박을 받는 샌드위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장치산업을 통한 유형 상품을 수출하는 구조만으로 국가 경제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생존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유형의 산업뿐 아니라 무형의 지식산업 가치를 이해하고 육성해야 한다.
우리의 뿌리 깊고 수준 높은 음식 문화를 우수한 인재들을 통해 세계적인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으로 재창조해 나간다면, 이는 대한민국을 세계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무형의 지식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BBQ치킨의 국외 진출은 국내의 지정학적 불리함을 극복한 한 사례다.
그동안 유형 상품만을 수출하던 국내 산업구조를 뛰어넘어 ‘무형의 지식산업 수출 시대’를 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새로운 경쟁력이라 일컫는 ‘지식기반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대한민국이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의 강국으로 거듭난다면 세계 속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세계 1등 국가로 우뚝 솟아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
[토종 프랜차이즈] 수출 잇따라… 속속 해외가맹점
토종 프랜차이즈(가맹 사업)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토종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국내에서 닦은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전략을 수출하고 상표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있다.
꼬치구이 주점 프랜차이즈 투다리를 운영하는 ㈜이원은 중국에 ‘투따리(토대력)’라는 이름으로 점포 46개를 관리하고 있다. ‘투따리’는 중국어로 투다리에 비슷한 발음이 나기 때문에 쓴 말.
투따리는 북쪽의 하얼빈부터, 남쪽 선전, 서쪽 쓰자좡, 동쪽 상하이까지 전 대륙에 퍼져 있다. 95년에 처음 중국에 진출한 투다리의 지사는 모두 13개. 지사의 사장은 7명이 조선족, 한국인이 1명이고, 한족도 5명이다.
‘투따리’ 46개 점포의 일 평균 매출은 32만2000원. 국내 투다리의 일 평균 매출 25만원보다 높다. 이원의 박복희 체인본부장은 “중국에 점포 1만개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일제당은 이달 말 싱가포르의 금융가 센톤웨이에 빵집 프랜차이즈인 뚜레쥬르 1호점을 연다. 제일제당은 화교계 현지 회사인 마이벤처에 상표와 원재료를 수출하고 로열티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제일제당은 마이벤처가 뚜레쥬르 점포를 낼 때마다 2500달러를 받고, 점포 매출액의 2%를 받는다. 제일제당에서 분사한 푸드빌은 동남아에 진출하기 위해 상표 등록 출원을 낸 상태다.
프랜차이즈 BBQ치킨을 운영하는 ㈜제너시스는 최근 중국 국영기업 화다오그룹과 500만달러씩 내고 합작회사를 만든다는 계약을 맺었다. 내용은 BBQ의 영업방법, 점포 인테리어 등 전반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것. 현재 두 회사 직원들이 중국 현지에서 시장조사와 점포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너시스의 윤홍근 회장은 “시내 중심가에서 케이에프씨(KFC)나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맞붙기보다는 주택가를 주로 공략할 것”이라며 “우리 기술을 이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닭고기 프랜차이즈 BHC는 일본 도쿄, 대만, 중국 등 9곳에 주로 교포들을 가맹점주로 둔 점포를 관리하고 있다. 미국, 독일, 러시아, 뉴질랜드에도 점포를 낼 예정이다. 한국에 250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는 BHC의 강성모 사장은 “현지인 입맛에만 맞추면 해외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즉석 빵을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델리만쥬’를 운영하는 ㈜델리스는 미국, 일본, 캐나다, 동남아에 62개의 점포를 관리하고 있다. JK푸드텍의 한국식 패밀리 레스토랑 ‘우리들의 이야기’, 이오코퍼레이션의 ‘스파게띠아’는 내년에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은 “프랜차이즈 수출은 제품, 서비스 판매와는 달리 상표와 사업운영 시스템을 판매하기 때문에 자리만 잡으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성진기자 sjchung@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