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강찬호.전수진] 리비아 당국에 의해 추방된 우리 외교관(현지 대사관 정보 담당 직원)은 리비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 1000여 명의 동향에 대한 정보 수집과 리비아의 방위산업·무기수요 현황 파악을 주 업무로 해왔다고 외교 소식통이 29일 전했다.
소식통은 “리비아에는 현재 건설 노동자와 간호사 등 북한에서 파견된 노동자 1000여 명이 있다”며 “탈북자가 발생하는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해 해당 외교관이 이들의 동향을 파악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비아의 방위산업과 무기 현황을 파악하고 무기 목록을 작성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리비아 진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온 것도 해당 외교관의 주 업무였다”며 “이는 어느 나라나 정보 담당 외교관들이 수행하는 통상적인 정보 활동”이라고 전했다. 또 “해당 외교관은 2등서기관급으로 리비아에 파견된 지 1~2년 됐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그럼에도 리비아 당국은 ‘해당 외교관이 이렇게 열심히 정보를 캐는 이유가 뭐냐’ ‘(리비아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제3국(미국과 이스라엘)에 넘긴 것 아니냐’며 문제 삼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6~13일 리비아를 방문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우리 측은 해당 직원이 통상적인 정보 활동만 했음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이 아웅산 테러나 KAL기 폭파 등을 자행한 과거가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방위산업 수집에 대해서는 리비아가 오해할 부분이 있어 요구를 받아들여 시인·사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것이 협상에서 진전을 이룬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비아 당국이 교민 선교사를 구금한 것은 이 사건과 관련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의 일부일 것”이라며 “29일 현재까지 구금 교민들에 대한 영사 접근이 불허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건 해결을 위해 20일부터 리비아에 체류해온 우리 정보 기관 대표단은 28일까지 리비아 정보당국 측과 4차례 협의를 해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함께 해당 직원이 추방되기 직전인 지난달 8~10일 북한 김형준 외무성 부상이 리비아를 방문해 리비아 외교차관 등과 면담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외교가에선 “김 부상이 리비아 측과 해당 직원의 대북 정보 활동과 관련해 모종의 협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지난달 2일부터 리비아 당국의 조사를 받은데다, 김 부상의 리비아 방문이 정기적인 정책 협의 차원으로 보여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도 “김 부상 방문 이전에 이미 해당 직원 조사가 이뤄졌다”며 “이번 사건은 한국과 리비아 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강찬호·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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