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영화내용 춘향 모독
“<방자전>? 방자하도다.”
전북 남원 시민들이 뿔났다. 최근 개봉된 <방자전>이란 영화 때문이다.
남원에서 춘향은 실존인물로 여겨진다.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몽룡과의 사랑을 이뤄낸 춘향의 절개는 시민들의 자긍과 명예로 뿌리 내렸다.
‘남원=춘향골’이라는 브랜드가 생겼고 춘향제는 80회나 치렀다. 시민들은 영화 <방자전>이 춘향의 명예를 바닥에 내팽개쳤다고 주장하며 상영 중지를 요구했다.
춘향문화선양회는 17일 “영화는 춘향이 몽룡과 사랑을 꽃피우는 게 아니라 방자와 놀아나는 내용으로 바꿔 전통적 부덕인 정절을 훼손시켰다”면서 “새로운 창작이라고 해명을 해도 남원 시민들의 정서로는 납득도, 용납도 되지 않는 행위”라고 밝혔다.
선양회는 “이 영화가 춘향골 브랜드 가치와 춘향이라는 인물을 폄훼했고, 춘향전의 작품가치를 떨어뜨렸으며, 해마다 개최되는 춘향제 행사를 방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양회 윤영창 회장은 “영화가 ‘춘향전은 거짓이다’ ‘방자 춘향을 품다’ 등의 슬로건으로 춘향 이미지를 욕되게 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양회와 시민들은 이날 오후 춘향 사랑의 광장에서 영화제작사 규탄대회를 열고 즉각적인 영화 상영 중지를 요구했다.
바른손영화사 서우식 부사장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다룬 데다 춘향이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근거에서 제작됐기 때문에 남원 시민들의 반발은 예견하지 못했다”면서 “창작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본의 아니게 시민정서를 자극한 점은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남원 |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