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구성동에 있는 천안양조장 마당에는 눈에 익은 기계 한 대가 있다. 얼핏 보면 영락없이 생맥주 따르는 기계 같지만, 몇 해 전 이상철 이사가 개발한 ‘생막걸리 기계’다. 이 기계는 막걸리를 밀봉 용기에 담아 생맥주처럼 따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밀봉해 잡균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완전 숙성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시중에 나오는 막걸리는 유통 기한을 고려해 미숙성 상태에서 출고된다. 
그러나 이상철 이사의 ‘발명품’은 만들자마자 벽에 부딪쳤다. 법규상 탁주 유통 용량이 ‘2ℓ 미만’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소주도 4ℓ짜리 담금주가 있고, 맥주도 5ℓ짜리 케그가 나오는 마당인데 막걸리만 그렇다. 1970년대 막걸리가 많이 팔리던 시절, 세무 당국에서 탈세를 막기 위해 2ℓ 미만의 병입된 술만 유통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가끔 볼 수 있는 20ℓ짜리 대형 통(일명 ‘말통’)은 엄연히 불법이다. 진화한 막걸리의 출현을 제도가 막아서는 형국이다.
그럼 막걸리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막 출고된 막걸리를 구입해 상온에서 2~3일, 냉장고에서는 5일 정도 더 숙성시킨 뒤 마시는 것이다. 이상철 이사는 “생막걸리의 경우 좀 더 오래 유통시키기 위해서 80%쯤 발효된 상태에서 출고한다. 출고된 뒤 5일쯤 지난 막걸리가 탄산감도 적당하고, 목넘김도 부드러워 가장 맛있다”라고 말했다.

   
천안양조장 이상철 이사가 생막걸리 기계에서 술을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