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과 한려수도 풍광을 자주 그리며 ‘바다의 화가’로 불린 전혁림 화백이 25일 통영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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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화백은 1916년 통영에서 태어났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은 없으나 부산미술전(1938년)에 ‘신화적 해변’ ‘월광’ 등의 작품으로 입선하며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방 작가들이 흔히 보수적인 성향을 갖는 것에 비해 고인은 현대미술의 전위적인 조형방법을 도입해 전통을 표현했다. 색채를 통해 생동감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파란색과 전통 오방색을 적극 활용했다.
미술평론가 이구열씨는 “총체적 한국미와 역사적 전통미를 진정한 애착으로 표현한 작가”라고 평했다. 45년에는 통영에서 유치환, 윤이상, 김춘수 등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만들어 활동했으며, 한국전쟁 때 피란간 부산에서는 비구상회화의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향에서 묵묵히 활동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와 풍경을 이룩한 작가는 말년까지 정열적인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2002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고, 2005년에는 경기 용인의 이영미술관에서 연 ‘구십, 아직은 젊다’ 전에서 신작을 선보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를 관람한 후 작품 ‘통영항’을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는 대를 이어 화가로 활동하는 아들 전영근씨(52)와 함께 부자전 ‘아버지와 아들, 동행 53년’을 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영근씨 등 1남 1녀가 있다. 발인은 29일 오전 11시. 장지는 고성 이화공원. (055)643-1024
<임영주 기자 minerv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