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先사고규명' 방침
"투트랙 전략 필요" 지적도
천안함 침몰사고라는 대형 악재로 인해 북핵 6자회담 재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천안함 사고가 발생하기 전만 하더라도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이 4월중 재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 사고를 둘러싼 북한 관련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이었던 미국마저 천안함 사고 규명을 우선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은 지난달 2일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 때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방침을 우리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울의 미국 고위 외교소식통은 "조사결과를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에 따라 6자회담이 재개될 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약간의 '휴지기'(Pause)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측과 같은 스탠스를 보이면서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관련국들에게 협조를 구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선 천안함 침몰 원인규명, 후 6자회담 재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관련국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간에 6자회담 재개 중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천안함 사고 규명 작업을 한 결과 북한의 연계가 밝혀질 경우다. 우리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의 입장에서도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어뢰공격 등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아무일 없다는 듯이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사고 원인이 모호하게 드러난다면 6자회담 재개여부는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외교소식통은 "분명히 모호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결과가 모호하다면 외교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이 이뤄지더라도 6자회담 재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고 원인이 규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외교가에서는 천안함 침몰사고로 상당기간 남북간의 냉각기간은 불가피하나 일정시점 이후에는 우리 정부가 천안함에 대한 후속조치를 단호하게 해 나가되, 북핵 폐기 프로세스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