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명숙 후보에 뒤지는 판”
ㆍ친이 정두언 가세 공론화
ㆍ낙관론 다잡고 보수 결집
한나라당에서 때아닌 ‘오세훈 필패론’ 논쟁이 일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역 프리미엄에 힘입어 ‘정점’을 찍었으며, 지지율이 지속 하락해 정작 6월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게 패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당초 원희룡, 나경원 의원 등 서울시장 경선 경쟁자들의 정치공세에 머무는 수준이었지만, 친이 핵심인 정두언 지방선거기획단장이 공론화하면서 파장이 커지는 양상이다.
정두언 의원은 27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이 안 좋은데 (당에선) 상황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선거에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면서 “지금 현재 한명숙 후보가 아주 훌륭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지금 판이 그렇게 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여 선거운동도 하고 전략도 짜야 하고, 대처도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 △정권심판론과 오 시장 4년 실정론이 결합하고 △남성이 후보로 나서면 ‘가해자 대 피해자’의 구도를 극복할 수 없으며 △이미 시장을 지낸 올드한 이미지로는 한 후보를 이길 수 없다면서 ‘오세훈 3대 불가론’을 주장했다. 원 의원은 불교방송 인터뷰에서 “현재의 여론조사 숫자는 큰 의미가 없고, 가상대결로도 한명숙 총리가 들쑥날쑥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오 시장 캠프의 이종현 대변인은 “야당 후보보다 최소 13% 이상 앞서가는 후보가 위험하다면 야당 후보에게 이미 뒤지는 후보가 나설 이유가 있나”라며 “스스로 정권심판론을 이유로 들다니 서울시장 자리를 야당에 바치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오세훈 필패론’이 나오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숨은 표’ 논쟁이 기저에 깔려 있다. 선거 때마다 야당 성향의 표가 숨겨졌던 전례를 감안하면 지지율 격차가 10% 안팎으로 조사되는 현 상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도 2002년 서울시장선거 때 당시 여당(새천년민주당) 김민석 후보에게 12~13%포인트 뒤졌지만, 결국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정치적 계산도 있다. 과반에 육박하는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각 지역 선거판세 등을 근거로 낙관론을 펴는 당내 분위기를 다잡고,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용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