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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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지원,윤정희,수애,전도연,손예진,엄정화 등 여배우들의 스크린 행보가 매섭다. |
스크린에 누나들의 유혹이 시작된다.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발을 동동 구르던 시절은 옛말. 20대는 물론 60대까지 여배우들이 다양한 역할을 영화에서 소화하고 있다. 아직 대세는 남자배우들의 영화지만 이 같은 흐름이 새로운 활기를 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올 초부터 극장가에는 여배우 파워가 작렬했다. 김윤진 주연의 '하모니'가 300만명을 동원했으며,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 등 할머니 삼총사가 활약한 '육혈포 강도단'은 롱런 끝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15일에는 만능 엔터테이너
엄정화가 원톱 주연을 맡은 '베스트셀러'가 관객을 맞는다. 박진희도 '친정엄마'로 눈물샘을 자극할 준비 중이다. 배두나는 일본영화 '공기인형'으로 색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5월에는 여배우 돌풍이 한층 거세진다.
윤정희와
전도연, 신구 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작품이 나란히 5월13일 개봉한다. 윤정희는 15년만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전도연은 출산 이후 복귀작을 '하녀'로 택했다.
두 영화는 5월12일 개막하는 제63회 칸국제영화제 초청이 유력해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젊은 배우들의 활약도 못지않다.
수애는 범죄스릴러 '심야의 FM'에 출연하며, 하지원과
손예진은 각각 윤제균 감독의 '칠광구'와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 출연을 준비 중이다.
최근 여배우들의 잇단 행보는 단순히 출연작이 늘었다는 게 아니란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티아라의 지연과 은정처럼 공포영화로 데뷔하는 10대부터 전성기에 들어선 하지원 수애, 그리고 원숙미를 자랑하는 전도연과 엄정화, 그리고 나문희와 윤정희 등 60대를 넘어선 배우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20대 여배우 전성기가 사라진 대신 다양한 역량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
이들은 파격적인 유혹부터 모성까지 스크린에서 다양한 역량을 과시한다.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이 조금씩 탄력을 받는 데는 최근 충무로에 일었던 스릴러 열풍에 대한 반작용도 있다. '추격자' 이후 붐처럼 일었던 스릴러영화들이 잇단 외면을 받자 로맨틱 코미디를 비롯해 여배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화들이 속속 제작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 것.
실제 임수정이 주연을 맡은 '김종욱 찾기', 이민정이 출연하는 '시라노 에이전시' 등 멜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영화 제작이 늘고 있다. '달콤 살벌한 연인' 손재곤 감독도 '이층의 악당'을 준비 중이다.
막둥이 시나리오 공모전에 참여한 KM컬쳐의 심영 이사는 "지난해 공모전에는 스릴러가 80%였다면 올해는 절반 가량이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였다"면서 "여배우가 활약할 무대가 서서히 마련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여배우들이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에서만 활약하는 것은 아니다. '황진이'를 연출한 장윤현 감독은 구한말 고종황제와 그에게 커피를 전해준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가비'를 준비 중이다. 여 주인공이 이야기 핵심이라 여배우들의 관심이 크다. '우생순' 임순례 감독은 여유를 담은 로드무비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 공효진을 캐스팅했다. '집으로' 이정향 감독도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이현승 감독도 준비하던 '밤안개'를 '푸른소금'으로 바꾸고 레옹과 마틸다 식의 이야기로 바꿔 여배우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배우들이 단순히 남자배우들에 조력하는 역할을 벗어나 스스로 이야기 중심이 되는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지난해 개봉한 '여배우들'에서 여배우들이 한탄하던 영화계 경향이 조금씩 방향이 바꿔가고 있다.
영화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시장 진출도 여배우들이 더 적극적이다. 송혜교는 현재 홍콩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에 출연 중이며, 전지현은 중국계 미국감독 웨인 왕의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를 촬영하고 있다. 김희선은 '전국'에 출연하는 등 대륙을 겨냥한 행보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제작되는 한국영화의 주류는 남성들이 주인공이다. 주요 관객층인 20~30대 여성들이 여자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들보다 남성 주인공들의 영화에 더 관심을 보이는 탓도 크다. 투자사들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남성 영화를 더 선호한다.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들이 다양한 관객의 사랑을 받고, 그 결과 더욱 새로운 영화들이 등장하는 흐름이 계속될지, 영화인들의 고민이 깊어져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