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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화체험교실

그린페 2010. 4. 14. 10:28

‘압화 체험’ 개발…주부에서 CEO 변신
[우리동네 이사람] ‘그린팜’ 나명순 대표

아이들 키우고 나니 허탈… 오기로 시작
가사에 매달리던 정열이면 못할 게 없어
3개월 매출 1200만원… “출발이 좋아요”
류정 기자 wel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 작은 꽃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아세요?”
‘그린팜’ 나명순(46) 대표가 오색 빛깔을 띤 말린 야생화들을 펼쳐 보여줬다. 이 꽃들의 이름은 ‘압화(壓花·Pressed flower)’. 미니 장미송이, 완두콩 순, 조팝나무 꽃, 당근 꽃, 불두화 등을 약품 처리된 종이에 끼워 건조시킨 것이다. 나씨가 이 꽃들로 꾸민 액세서리는 한계가 없었다. 그릇, 귀걸이, 거울, 열쇠고리, 목걸이 펜던트, 액자, 보석함, 명함케이스…. 투명 본드로 고정시킨 작은 꽃들이 장식품을 멋들어지게 빛내주고 있었다.
나씨는 이런 ‘압화’ 공예품으로 지난해 말 창업했다. 하지만 단순히 ‘판매’로만 창업한 것은 아니다. 압화 공예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기존에도 많이 있었다. 나씨는 단순한 판매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압화 체험학습’으로 틈새 시장을 뚫었다. 압화 공예품을 파는 사람은 많아도 이런 기술을 학생들과 공유하면서 체험학습을 해주는 사람들은 없었던 것. 요즘처럼 현장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한 시대에, 압화 공예도 충분히 좋은 체험학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 눌러 말린 꽃(압화)으로 장식한 거울, 컵, 액자, 보석함 등 액세서리를 파는 사람은 많아도 장식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 압화 체험학습으로 창업한‘그린팜’의 나명순 대표. /류정 기자

지난 3월 ‘용인 봄꽃 축제’ 참여를 시작으로 나 대표는 압화 전문강사들을 동원해 체험학습에 나섰다. 실제로 말린 꽃으로 직접 예쁜 목걸이나 핸드폰 줄을 만들어 보는 체험학습은 꽤 인기를 끌었다. 플라스틱 케이스 사이에 꽃을 끼워 넣는 것만으로도 멋진 목걸이가 탄생하자 아이들이 좋아했다. 나 대표는 유치원, 학교 등에도 계속 접촉해 체험 프로그램을 따내고 있다. 최근 3개월 매출만 1200만원. 대박을 낸 건 아니지만, 앞으로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홍콩 액세서리 국제 박람회도 참가하는 등 자타 공인 CEO가 되겠다는 각오다.
또 다른 야심도 키우고 있다. 에어컨, 냉장고 등에 사용되는 유리에 압화를 넣어 장식하는 기술을 한 유리업체와 함께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이 성공하면, 조만간 꽃이 있는 가전제품을 볼 수 있게 된다.
나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던 나씨가 창업을 생각한 건 2006년 6월, 딸 둘, 아들 하나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난 뒤였다. “애들 다 키우고 나니까 너무 허전하고 심심했어요. 내가 해야 할 일은 이제 없는 것 같고…. 이런 걸 ‘빈둥지 증후군’이라고 하던가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게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에 개설된 리눅스 프로그램 강좌 수강.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위한 첫 걸음이었다. 처음엔 너무 어렵고 생소해 그만두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 것 마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갔고, 결국 창업 아이템의 사업성을 인정 받아 입주 경쟁이 치열한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창업지원실에 입주했다. 나씨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오기도 있었다”고 했다. 나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직장생활을 했지만, 대졸자들과의 사회적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7년만에 그만뒀다. 대신 통역 대학원 일본어 통역 가이드 과정을 밟아 1년 반만에 가이드 자격증을 땄다. 일본 관광 가이드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고, 꿈은 더 커져 국제통역사를 꿈꾸게 됐다. 그러나 국제 통역사의 길은 멀고 험했다. 실력은 남부럽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학위가 없다는 게 늘 걸림돌이었다. 나씨는 학위를 따기 위해 방송통신대학 과정을 수강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중단했다. 그러던 차에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엄마로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나씨는 요즘도 ‘압화’ 체험학습을 유치원, 학교 등에 널리 알리기 위해 계속 시청, 교육청 등을 찾아가 압화공예의 교육 효과를 전파하고 있다. 일본에서처럼 ‘압화공예’가 정규 미술과목 시간에 편성될 만큼 보편화 시키는 게 꿈이다. “꽃과 가까이 하면, 인성 교육이 절로 된다고 생각해요. 저만해도 꽃이랑 가깝게 지낸 후론 저절로 마음이 예뻐지는 것 같고요. 호호. 꽃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별로 없잖아요.”
입력 : 2007.07.18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