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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삶 자체가 워낙 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 그런 여인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조선조 17대 왕인 숙종의 총애를 받았던 희빈 장씨다.
1961년 배우 김지미가 처음 장희빈을 연기한 이래 지금까지 총 일곱명의 장희빈이 TV와 스크린에 등장했다. 가장 최근에 장희빈을 연기한 건 2002년 김혜수였다.
장희빈이 8년만에 돌아왔다.
사상 8대 장희빈의 영광은 배우 이소연에게 돌아갔다. 이소연은 다음달 방송 예정인 드라마 '동이'(MBC)에서 장희빈 역을 맡았다.
최근 포스터 촬영현장에서 만난 이소연은 진한 곤색의 당의와 보라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에 꼽힌 비녀는 실제 가격이 1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품이었다. 이소연은 이번 작품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로 "원래 '천사의 유혹'의 캐릭터가 워낙 강해 당분간 휴식을 취하려 했다. 연달아 악역을 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는데 장희빈이라는 배역이 들어왔을 때 인물이 갖고 있는 매력에 반했고, 나만의 새로운 '장희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존 선배들이 해온 장희빈과 비교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대감도 높다"는 것이다.
이소연은 자신만의 새로운 '장희빈'을 창조하기 위해 이것저것 관련 문헌을 찾아보려 했다. 앞서 연기한 일곱명의 연기도 모니터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극의 달인' 이병훈 감독이 말렸다.
"이 감독님께서 아무것도 참고하지 말라고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기존의 것들을 참고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존에 만들어진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를 답습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기 연습은 이병훈 감독의 특훈으로 이뤄진다. 1:1 개인 레슨이다.
"하나의 대사를 통해 여러가지 감성이 나오게 하는 연습을 했다. 하나의 대사에서도 6~8가지의 감성이 나오게끔 연습했는데, 이를테면 고마움과 슬픔, 민망함, 막막함, 미묘한 사랑 등을 모두 느껴지도록 말하는 것이다. 힘들지만, 정말 많은 공부가 됐다."
이소연에겐 사극 연기가 처음이 아니다. 영화 '스캔들'에서도 잠시 조선시대의 여인을 연기한 바 있다.
"사극만의 톤이 있는데, 억양을 조금만 달리해도 말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 요즘은 일주일에 세번씩 발성 연습을 하고 있다."
드라마 '동이'는 '대장금', '허준', '상도' 등 국민 사극을 연출한 이병훈 감독의 신작이다. 3월 중순 첫 방영을 앞두고 지난 11일 첫 촬영을 시작했다. 조선 21대 영조 임금의 생모이자 숙종(지진희)의 후궁이었던 천민 출신 숙빈 최씨, 동이(한효주)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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