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경제부 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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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총수 일가에게 채권단과 정부가 사재출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이런 와중에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겠다는 주식을 오히려 팔아치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총수 일가에서 결국은 사재출연을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조만간에 결론이 날지는 불투명하다.
아직도 박삼구 그룹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간에 경영책임론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금호 ‘형제의 난(亂)’ 여진 계속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찬구 전 회장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강행한 박삼구 명예회장에 책임을 돌리며 사재출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덩치를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두 회사를 인수한 박삼구 회장이 책임이 큰 만큼 사재출연도 박삼구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찬구 전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 풋백옵션이란 경영실패 책임을 금호석유화학과 타 계열사에 전가하려고 일련의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지금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두 형제간에 사재출연에 대해 아직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두 사람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동반 사퇴했지만, 소위 ‘형제의 난(亂)’의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사재출연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재출연이 지연되면서 구조조정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총수 일가가 내놓을 수 있는 사재는 금호석유화학 등의 지분 정도로, 2.3세대 보유분까지 합쳐도 2,000억원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2.3세대에까지 경영책임을 물어 사재출연을 요구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어, 실제 금액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박찬구 전 회장, 지분경쟁 후유증(?)
이런 상황에서 금호그룹은 최근 잇따라 지분 변동에 대해 공시했다.
박찬구 전 회장과 장남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은 지난달 27일 보통주 15만6천900주(0.55%)를 장내 매도했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7.63%, 박 부장의 지분율은 7.87%로 낮아졌다.
박 전 회장 부자는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에도 각각 금호석유화학 주식 9만70주(0.36%)와 3만9,830주(0.16%)를 팔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재출연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주식을 일부 매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산업은행도 박 전회장이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지분 경쟁을 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주식을 사들였으나 최근 주가가 떨어져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박 전 회장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담보로 주식을 샀고, 새로 매입한 주식을 담보로 주식을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추가 담보가 필요했지만, 박 전 회장이 담보를 제공하지 못해 반대매매를 통한 주식 처분이 이뤄졌다.
산은 관계자는 “빚을 갚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다고 하니 이를 못하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실제로 빚을 갚는데 이 돈을 썼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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