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의 꿈, 130년 만에 한국서 꽃피다
2010-02-02 06:00 CBS산업부 권민철 기자

또 냉장고나 청소기나 전동공구 등에도 어댑터가 달린 부품들이 장착된 것들이 많다. 어댑터는 콘센트에서 나오는 교류(AC, 번갈아 생기는 전류) 전류를 직류(DC, 끊임없이 생기는 전류)로 바꿔주는 장치다.
만약 각 가정으로 배전돼 오는 전류가 직류라면 이런 어댑터는 있을 필요가 없다.
다소 불편해 보이는 교류 전류를 세상이 사용하게 된 배경은 188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인류가 찾아낸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라는 전기를 각 가정으로 배전하는 방식을 놓고 직류 옹호론자였던 에디슨(Thomas Edison)과 교류 선호론자였던 그 제자 테슬라(Nikola Tesla)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송·배전의 효율을 놓고 벌어진 이 '전류 싸움(Current War)'에서 에디슨은 자유로운 변환(변압)이 어렵다는 직류의 현실적인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고 이때부터 세계는 100년 넘게 교류 배전 방식을 채택해 왔다.
에디슨이 전류 싸움에서 패배한지 130년이 흐른 지난 2010년 1월 29일, 대전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을 방문했다.
HVDC 시험동 1층 회의실에서 4명의 한국전력 직원들이 에디슨이 주장했던 그 직류 송배전 문제에 대해 세미나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기술의 국산화와 관련된 연구였다.
이 기술은 발전소에서 나온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송전하는 기술로, 최근 세계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고급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고전압의 직류로 송전하게 되면 전력 손실이 적고, 교류에 비해 전압이 낮아 절연이 쉽고 유도장애도 적어 송전탑의 크기와 높이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다.
특히 대륙과 대륙을 잇는 해저케이블을 통한 송전시 교류송전의 진상전류 문제 등으로 HVDC 방식이 최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1954년 스웨덴의 육지와 고틀랜드 섬 사이의 HVDC 송전 이후 대규모 장거리 송전 분야에서의 HVDC 활용이 국제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해남에서 제주까지 101km에 이르는 HVDC 송전 체제가 가동중이고 내년 준공을 목표로 진도-제주 사이에 2번째 HVDC 시스템이 건설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한 전력 계통 문제 해결이나 대규모 정전 사태 방지를 위해서도 HVDC가 필요하다고 한다.
전력연구원 심응보 수석연구원은 "교류송전의 경우 주파수가 다른 계통간 연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남북한 송전과 같이 국가간 전력 계통 연계에도 직류송전이 적합하고, 교류의 경우 캘리포니아 정전사고처럼 한 곳의 정전사고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지만 직류송전은 한 곳의 정전 사고가 다른 곳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에서 만들어낸 전기를 사용하는데도 HVDC는 필수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 기술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전력연구원 김찬기 책임연구원은 "태양광이나 연료전지처럼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가 거의 직류로 전기를 만들 뿐 아니라, 교류 전류를 만드는 풍력의 경우도 고르지 않은 바람 세기로 인해 파장이 일정하지 않아 다시 직류로 바꿔 써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HVDC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류 변환장치인 사이리스터(thyristor, 전력용 반도체소자)의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고전압의 직류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직류로 배전된다면 각종 전자제품의 크기가 대폭 줄어들 것이고 각종 교류 장치에 필요한 변압기 역시 모두 제거될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속도를 낼 수 있는 모터 역시 직류 전기를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전력 계통이 교류식 인프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곧바로 직류 배전으로 시스템을 변환하기는 어렵지만 직류 전기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대형 송전 방식은 직류로 교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인도 등 땅덩어리가 큰 나라의 경우에도 발전소와 전기 사용자 사이의 거리가 1000km 이상 되는 경우가 많아 HVDC 보급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HVDC 시장규모 만도 세계적으로 60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프랑스 회사인 '아레바'가 현재 진행중인 진도-제주간 HVDC 단일 공사만 하더라도 6000억원 짜리다.
HVDC 관련 기술은 현재 독일(지멘스), 프랑스(아레바), 스위스(ABB) 등 3개국이 독점하고 있다.
국내 HVDC 기술은 이들 선진국과의 차이를 좁혀 기술자립이 거의 이루어진 상황으로 현재 지멘스 등에 비해 90% 정도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HVDC 관련 저술이 미국 전기전자학회 교재로 선정된 김찬기 책임연구원은 "2016년까지 HVDC 시스템 수출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최고수준의 한국형 시스템 개발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해 HVDC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공동기획=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