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으로 출발한 삼성상회… 72년 만에 97만배로 불어나
[동아일보] 삼성-신세계-CJ-한솔, 4개 대기업군으로 성장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38년 삼성상회로 시작한 기업의 크기가 72년 만에 약 97만 배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호암은 1938년 3월 1일 대구에 826.4m²(250평) 남짓한 점포를 사서 삼성상회라는 간판을 걸었다. 당시 호암의 나이 28세였다. 자본금 3만 원으로 시작한 청과물과 건어물을 사고파는 이 무역회사가 현재 대한민국 제일의 기업인 삼성의 출발이었다.
12일 호암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는 범(汎)삼성가 상장사의 시가총액과 고용인원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삼성상회는 72년이 지난 2010년 1월 28일 현재 시가총액 216조 원에 이르는 4개의 대기업군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곧 상장될 예정인 삼성생명의 예상 시가총액 약 20조 원을 포함하면 시가총액은 약 236조 원으로 늘어난다.
4개 대기업군은 호암의 3남 이건희 씨가 물려받아 키운 삼성그룹, 장녀 이인희 씨가 고문으로 있는 한솔그룹, 장남 이맹희 씨에게 물려준 CJ그룹, 차녀 이명희 씨가 회장인 신세계그룹 등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38년 당시 3만 원의 현재 가치는 약 2억4300만 원이다. 이 돈이 총 236조 원으로 약 97만 배 불어난 셈이다. 236조 원은 올해 정부 예산(292조8000억 원)의 약 80%, 서울시 예산(21조2500여억 원)의 11배가 넘는 금액이다.
4개 대기업군의 고용인원은 지난해 말 현재 22만4500여 명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2400만 명)의 1%에 근접한 수준이다.
호암 자신은 삼성상회 이후 삼성물산공사의 무역, 제일제당의 설탕, 제일모직의 의류, 삼성전자의 TV 등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일궜다. 한 지인은 “호암은 특히 반도체 사업을 한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믿었다”고 전했다. 호암은 1980년 당시 일본 경단련 이나바 히데조(稻葉秀三) 박사로부터 “앞으로는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산업보다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산업에 살길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뒤 숙고를 거쳐 주변의 무모하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에 투자해 현재의 삼성전자를 만들어 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검사 상가 갈 때 ‘이건희 전용기’ 내줘
[한겨레] 김용철 변호사 책에 드러난 ’관리의 삼성’
삼성사건 재판장은 2002년 관리 대상
검사 처남 주식손실 보전해 준 적도
이 전 회장 “공짜제품 뿌려 경쟁사 망하게”
“스튜어디스가 무릎걸음으로 와서 시중을 들었다. 동행한 검사들은 신기하다는 듯 연신 두리번거렸다.”
100여명이 탈 수 있는 여객기를 16인승으로 개조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전용기에는 김용철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과 몇몇 현직 검사들이 타고 있었다. 후배 검사의 상가에 급히 갈 일이 생기자, 이학수 당시 삼성 부회장이 김 팀장에게 회장 전용기를 탈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전용기 탑승을 받아들인 검사들과 삼성 사이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일화다.
2007년 10월 이른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9일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를 냈다. 이 책에는 ‘관리의 삼성’이 그동안 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상대로 어떤 형태의 로비를 펼쳤는지와 경영권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증거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행태가 반도체 회로도처럼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김 변호사는 다시 들어도 충격적인 법조계 관리 실태를 털어놓고 있다.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인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써 논란도 예상된다. 한 예로, 참여정부 때인 2007년 김 변호사의 폭로 뒤 청와대 쪽에서 국세청장 후보 3명의 ‘검증’을 그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결론은 “모두 삼성의 관리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법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판사의 고교 동창인 계열사 부사장이 관리를 맡았다. 2002년에는 나와 부사장, 판사 셋이서 함께 골프를 치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이 판사는 6년 뒤 터진 삼성사건에서 재판장을 맡았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각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진도가 나가지 않던 당시, 지검장 집엔 삼성 관계자가 드나들며 선물을 갖다줬다는 내용도 실렸다
삼성 관련 사건을 맡은 부장검사의 처남이 삼성증권에 투자했다가 본 손해를 삼성이 보전해줬다는 주장도 있다. 또 한 대법관에게는 150만원짜리 굴비세트를 보낸 일도 있다고 한다. 보내면서 ‘설마 받기야 하겠나’라고 생각했지만, 굴비는 반송돼 오지 않았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삼성 임원들이 연루된 사건의 뒤처리도 맡았다고 했다. 임원들이 1999년 성매매를 하다 걸려 검찰 조사를 받을 상황에 처하자 김 변호사가 이를 ‘처리’해 줬는데, 당시 삼성은 성매매를 한 임원과 이름이 비슷한 임원까지도 미국으로 도피시켰다는 얘기가 나온다.
책은 이 전 회장의 제왕적 모습도 자세히 소개한다. 이 전 회장은 삼성 제품의 판매량이 경쟁사에 뒤처지자 ‘모든 가정에 삼성 에어컨과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줘서 경쟁사를 망하게 하라’는, 선뜻 믿기지 않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김 변호사는 “반도체 기술자보다 비자금 기술자가 대우받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묻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삼성사건 재판장은 2002년 관리 대상
검사 처남 주식손실 보전해 준 적도
이 전 회장 “공짜제품 뿌려 경쟁사 망하게”
“스튜어디스가 무릎걸음으로 와서 시중을 들었다. 동행한 검사들은 신기하다는 듯 연신 두리번거렸다.”
100여명이 탈 수 있는 여객기를 16인승으로 개조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전용기에는 김용철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과 몇몇 현직 검사들이 타고 있었다. 후배 검사의 상가에 급히 갈 일이 생기자, 이학수 당시 삼성 부회장이 김 팀장에게 회장 전용기를 탈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전용기 탑승을 받아들인 검사들과 삼성 사이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일화다.
2007년 10월 이른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9일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를 냈다. 이 책에는 ‘관리의 삼성’이 그동안 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상대로 어떤 형태의 로비를 펼쳤는지와 경영권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증거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행태가 반도체 회로도처럼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김 변호사는 다시 들어도 충격적인 법조계 관리 실태를 털어놓고 있다.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인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써 논란도 예상된다. 한 예로, 참여정부 때인 2007년 김 변호사의 폭로 뒤 청와대 쪽에서 국세청장 후보 3명의 ‘검증’을 그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결론은 “모두 삼성의 관리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법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판사의 고교 동창인 계열사 부사장이 관리를 맡았다. 2002년에는 나와 부사장, 판사 셋이서 함께 골프를 치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이 판사는 6년 뒤 터진 삼성사건에서 재판장을 맡았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각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진도가 나가지 않던 당시, 지검장 집엔 삼성 관계자가 드나들며 선물을 갖다줬다는 내용도 실렸다
삼성 관련 사건을 맡은 부장검사의 처남이 삼성증권에 투자했다가 본 손해를 삼성이 보전해줬다는 주장도 있다. 또 한 대법관에게는 150만원짜리 굴비세트를 보낸 일도 있다고 한다. 보내면서 ‘설마 받기야 하겠나’라고 생각했지만, 굴비는 반송돼 오지 않았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삼성 임원들이 연루된 사건의 뒤처리도 맡았다고 했다. 임원들이 1999년 성매매를 하다 걸려 검찰 조사를 받을 상황에 처하자 김 변호사가 이를 ‘처리’해 줬는데, 당시 삼성은 성매매를 한 임원과 이름이 비슷한 임원까지도 미국으로 도피시켰다는 얘기가 나온다.
책은 이 전 회장의 제왕적 모습도 자세히 소개한다. 이 전 회장은 삼성 제품의 판매량이 경쟁사에 뒤처지자 ‘모든 가정에 삼성 에어컨과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줘서 경쟁사를 망하게 하라’는, 선뜻 믿기지 않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김 변호사는 “반도체 기술자보다 비자금 기술자가 대우받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묻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