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가는길] 월드컵은 브랜드 '유니폼 전쟁'
스포츠서울 - 8시간 전단순히 ‘축구전쟁’만이 아니다. 월드컵에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의 사활이 걸린‘유니폼 전쟁’도 치열하게 펼쳐진다.
월드컵은 단일종목으로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다. 2006년 독일월드컵의 전세계 시청자수는 연인원 380억명에 달했다. 메이저 스포츠 브랜드들로서는 올림픽 이상 가는 마케팅 일전을 펼치는 무대다. 특히 모든 브랜드들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시장위축을 경험한 상황에서 올해 월드컵 마케팅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32개팀의 활약과 노출에 브랜드의 자존심과 사활이 달렸다. 향후 축구시장 주도권을 판가름하는 브랜드 가치도 그들이 후원하는 팀의 월드컵 성적에 따라 요동친다.
◇2006년보다 더 치열해진 메이저 ‘3파전’
푸마(12개). 나이키(8개). 아디다스(6개)가 32개국 출전국의 대부분을 후원했던 2006 독일월드컵에 이어 이번에도 ‘3파전’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32개팀이 가려지자 이번엔 아디다스가 쾌재를 불렀다. 개최국인 남아공과 우승후보인 스페인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아르헨티나 일본 나이지리아 그리스 등 아디다스가 후원하는 12개국 대표팀이 본선에 올랐다. 나이키는 ‘단골 우승팀’ 브라질을 비롯해 포르투갈 미국 한국 네덜란드 등 9개팀을 후원한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12개팀을 후원했던 푸마는 이번에는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를 비롯해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우루과이 등 7개팀을 후원한다. 엄브로(잉글랜드). 호마(온두라스). 브룩스(칠레). 에리케(북한)까지 총 7개 브랜드가 ‘유니폼 전쟁’에 나선다. 3대 브랜드가 후원하는 팀의 비중은 2002년 65.6%(21개팀)에서 2006년 81.3%(26개팀)로 증가한데 이어 올해는 87.5%(28개팀)로 더 늘었다.
◇메시. 호나우두. 에투 ‘스타 워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현란한 드리블에는 아디다스가 웃고.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포르투갈)의 무회전 프리킥에는 나이키가 웃는다. 월드 스타들의 대리전도 눈길을 끈다. 아디다스의 간판 스타는 세계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아디다스가 아르헨티나를 후원하는데다 메시는 아디다스의 축구화까지 신는다. 마라도나가 지휘봉을 잡는 아르헨티나의 우승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하지만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리며 최근 바르셀로나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는 메시가 이번 월드컵에서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다. 나이키는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포르투갈)와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의 호나우디뉴가 있다. 대표팀도 나이키 로고를 가슴에 달고. 선수 개인도 나이키의 맞춤 축구화를 신는다.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아프리카팀들을 집중후원해온 푸마의 간판은 ‘흑표범’ 사뮈엘 에투(카메룬)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이변’에 대한 기대감도 각별하다.
◇메이저 3개사의 ‘남아공 드림’
글로벌 스포츠 용품시장을 통틀어 최대 브랜드는 나이키지만 축구에서는 아디다스가 1위다. 나이키의 본거지인 미국에서조차 점유율 면에서 축구화(아디다스 50%. 나이키 37%). 축구의류(아디다스 48%. 나이키 33%) 모두 아디다스가 앞선다(출처 : 스포츠원소스). 아디다스의 안토니오 제아스 축구 부문 사장은 “지난해 많은 기업들이 힘들었다. 우리는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초점을 맞췄다. 2006년 그랬듯 올해 기록적인 수익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아디다스로서는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의 시너지 효과도 얻는다. 2006년 아디다스는 전년 대비 축구용품 매출이 30% 증가했다.
월드컵 기간 별도의 마케팅 공세를 펼칠 수 없는 나이키로서는 후원팀의 성적에 사활이 걸렸다. 브라질이 우승한 2002년의 ‘유니폼 우승’이 재현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미국대표팀의 선전도 인구에 비해 축구시장이 크지 않은 미국에 ‘나이키 축구’의 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국의 경우 2002년 월드컵 이후 나이키의 축구용품 매출이 25% 이상 증가했다. 아디다스의 ‘형제기업’에서 출발한 푸마는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양분하다시피한 축구계에서 3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2006년부터 대대적인 월드컵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정가연기자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