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0년을 기다린 CEO들 ◆

경인년에는 어떤 분야, 어떤 최고경영자(CEO), 어떤 상품이 스타로 떠오를까.
새해를 맞은 기업들은 어느 해보다 바쁜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자들은 위기 이후 공격경영의 고삐를 바짝 잡아당길 기세다. 아랍에미리트 원전사업 수주 등 연초부터 좋은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서 2010년을 기다린 기업 CEO들과 신상품들을 만나본다.
“현대·기아차(주가,차트)는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품질을 향상시켜 세계 일류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초석을 닦았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을 현대자동차그룹의 새 역사를 창조하는 해로 만들자.” (정몽구 현대차(주가,차트) 회장)
“TV, 메모리, LCD 등 현재 시장에서 1위인 사업은 초경쟁력을 확보하고, 휴대폰은 1위와의 격차를 좁히는 한편 프린터, 컴퓨터 등 육성 사업은 조속히 1등 반열에 오르도록 사업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자.” (최지성 삼성전자(주가,차트) 사장)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움츠러들었던 국내 기업은 2010년을 맞아 일제히 공격 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해 키워드가 ‘생존’이었다면 올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확장이 키워드인 셈이다. 이런 흐름은 주요 그룹 회장의 신년사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들은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스피드’ ‘세계로’ ‘중국’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그만큼 2010년을 기다렸다는 뜻이다.
실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주가,차트) 부사장과 함께 신년 벽두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쇼(CES 2010)’를 둘러봤다.
정몽구 현대·기아차(주가,차트)그룹 회장은 연말연시를 충남 당진에서 보내며 현대제철(주가,차트) 당진 일관제철소 1고로의 가동을 지켜봤다. 최태원 SK(주가,차트)그룹 회장은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세계 경제 흐름과 새로운 성장동력 등에 대해 둘러볼 예정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신년 초 아시아권 제철소 프로젝트 완성에 매진한다.
매일경제신문이 삼성전자(주가,차트)·LG(주가,차트)전자(주가,차트)·현대차(주가,차트)·현대중공업(주가,차트)·포스코·KT(주가,차트)·SK(주가,차트)텔레콤(주가,차트)·현대건설(주가,차트)·신세계(주가,차트) 등 대표 대기업 5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국내 주요 기업 CEO들은 새해 경영 화두로 ‘신성장동력 마련과 신시장 공략’을 주로 꼽았다. 조사 대상 62%가 이를 꼽았고, 10%만이 ‘비상경영-유동성 확보와 비용 절감’이라고 대답했다.
새해 경영을 위협하는 요소로는 환율과 원자재값보다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을 꼽은 CEO가 많았다.
신성장동력 마련 등을 위한 공격경영을 준비하면서도 세계 경제상황은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올해를 기다리는 기업 혹은 기업인들은 누구보다 ‘대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주가,차트) 사장은 반도체와 LCD TV, 휴대폰 외에도 생활가전, 프린터, 시스템LSI 등에서도 세계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야심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올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 지난해(약 463만대)보다 16%가량 판매를 늘리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중동지역을 필두로 한 플랜트 및 원전수출기업 또한 올 한 해를 기대하고 있다. 두산(주가,차트)중공업(주가,차트) 현대건설(주가,차트) 삼성엔지니어링(주가,차트) 등은 올해 담수화 설비,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등의 시장에서 대규모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호랑이해 출신인 강덕수 STX(주가,차트) 회장은 지난해 말 가나에서 100억달러 규모의 주택 건설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 유전 및 가스전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통신사 CEO들 또한 무선인터넷 활성화와 결합상품 등으로 무장하고 2010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통합 KT(주가,차트) 이석채 회장은 지난 연말 아이폰을 통해 시장에서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또한 최근 6000여명을 명예퇴직시키는 고강도 구조조정도 끝냈다.
SK(주가,차트)도 SK(주가,차트)텔레콤(주가,차트), 브로드밴드 등 통신계열사들을 묶고, 국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만년 3등 LG(주가,차트)텔레콤(주가,차트)은 특히 2010년을 기다렸다. LG(주가,차트)텔레콤(주가,차트)과 데이콤, 파워콤 등 통신 관련 3개사는 매출액 8조원 규모의 ‘통합 LG(주가,차트)텔레콤(주가,차트)’으로 새출발하기 때문. 이상철 LG(주가,차트)텔레콤(주가,차트) 부회장은 KT(주가,차트), SK(주가,차트)의 3강 구도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 분야에선 스마트폰과 3D가 올해를 기다렸다. 아이폰 열풍에 국내의 삼성전자(주가,차트)와 LG(주가,차트)전자(주가,차트) 등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제품들을 쏟아낼 계획이다. 최근에는 구글에서 직접 설계한 넥서스원도 선을 보였다. 기업공개(IPO)와 M&A를 기다려온 쪽 또한 경인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대형 생보사 IPO 줄이어
당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상반기 내로 상장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 상장은 그동안 삼성그룹의 걸림돌 제거에 방점을 찍는다는 의미가 있다.
삼성생명 외에 대한생명도 상장이 예정돼 있어, 보험사 상장 규모만 수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기업 외에 웅진에너지, 피죤, 만도, 현대위아 등도 연내 IPO를 추진 중이다. 하이마트와 현대로템 등도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올해 IPO 규모가 총 12조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모두 100여개사. 지난해에는 61개사에 그쳤다.
올해 대우인터내셔널(주가,차트), 대우조선해양(주가,차트), 하이닉스(주가,차트)반도체, 현대건설(주가,차트) 등이 인수합병(M&A)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몸값만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형 매물들을 가져갈 기업으로는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포스코와 SK(주가,차트), 그동안 대형 인수합병에 뛰어들지 않았던 LG(주가,차트) 등이 주로 거론된다. 여기에 스몰딜로 각광받는 LS(주가,차트)그룹의 행보 또한 주목받는다.
걸림돌 없나?

물론 대도약을 꿈꾸는 기업인들에게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당장 연초부터 원화 가격이 오르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지난해 한국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회복기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환율이 암초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한국 경제의 강한 펀더멘털(기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환율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 등 국내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1110~1120원대로 점치고 있다. 현대증권(주가,차트)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주가,차트)는 1%, 현대자동차는 2.2%, 기아자동차는 6.1% 순이익이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일각에선 세 자릿수 전망도 내놓는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4분기(10~12월) 원/달러 평균환율이 975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전히 불안한 글로벌 금융시장도 대도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 추세를 이어가겠지만 은행 부실자산 확대, 과다 채무국의 외환사정 악화 등 리스크 요인도 잠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대출을 중심으로, 유럽 은행들 또한 동유럽으로 인한 부실자산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내적으로는 설비투자 회복이 절실하다. 한은은 올해 -9.6%(전년 동기비) 급감했던 설비투자가 내년에는 11.4%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실제 설비 투자 증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설비투자가 실제 늘어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일자리 부족과 중소기업 실적 부진으로 인한 내수 침체 또한 극복과제다. 새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문이 살아나지 못하면 정부가 예상하는 5% 경제성장률 달성은 힘들 가능성이 높다.
경인년(庚寅年)은 전통적으로 격변의 시기였다. 100년 전인 1890년 일제 침략이 본격화됐고, 60년 전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그만큼 부침이 잦았고, 위기이자 기회인 해가 많았다.
■ 호랑이띠 경영인들

대표적인 호랑이띠 CEO는 정몽구 현대·기아차(주가,차트)그룹 회장(38년생)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제철(주가,차트) 제1고로 가동으로 어느 해보다 기쁜 신년을 맞았다. 여기에 기아차(주가,차트) 미국 조지아 공장이 완공될 예정이다. 현대차(주가,차트)는 중국 3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강덕수 STX(주가,차트)그룹 회장(50년생)은 창업주로 그룹 창립 10주년이 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회사 차원에선 창업 10년째가 되고 강 회장 자신은 회갑을 맞는다. 한진(주가,차트)해운(주가,차트)의 수장 최은영 회장(62년생)은 해운경기 침체를 딛고 한진(주가,차트)해운(주가,차트) 재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금융권에서 징기스칸 경영을 외쳤던 임석 솔로몬금융그룹 회장(62년생)이 범띠 경영인이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