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들의 시대 ◆

두산그룹은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48),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45) 등 8명의 4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박혜원 두산매거진 상무는 유일한 여성이자 비MBA 소지자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큰딸인 박 상무는 이화여대 의류직물학과 출신으로 두산매거진에서 광고 및 각종 마케팅을 총괄한다. 두산매거진의 공식적인 대표는 성재철 부사장이다. 대외 활동은 성 대표가 맡고, 내부 업무는 박 상무가 챙기는 식으로 업무를 분담한다. 패션감각이 뛰어난 박 상무 별명은 ‘엣지녀’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장녀 현정담 동양매직 상무(33)는 2006년 동양매직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1년 만에 부장, 2009년 1월 상무보로 고속 승진했다.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고 MBA를 마친 현 상무는 차장 시절 미국 소비자이론을 적극 도입했다.
구지은 아워홈 상무(43)는 2004년부터 아워홈 외식사업부 총괄 상무직을 맡고 있다. 딸들의 경영참여가 흔치 않은 범LG그룹에선 아주 드문 케이스다. 구 상무 어머니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둘째딸 이숙희 씨이고, 아버지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3남)이다. 이런 관계로 구 상무는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와는 사촌지간이다. 결국 구 상무가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범LG그룹 분위기라기보다는 삼성그룹 분위기 영향을 더 받았을 공산이 크다. 구 상무의 아워홈 지분율은 20.01%. 두 언니인 구미현(20%), 구명진(19.99%) 씨와의 지분율 차이는 거의 없다.
아워홈 관계자는 “외식사업부는 아워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채 안돼 큰 의미는 없다. 또 구 상무는 경영에 참여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며 세간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다.
광고 담당 유혹 많아
그러나 늦게 시작한 걸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구 상무는 그 누구보다 열심이다. 최근 아워홈 신입사원 채용에서 구 상무는 자신이 책임지는 외식사업부 분야 인재를 직접 뽑겠다며 외식사업부 마케팅 분야 지원자들에게만 별도 과제를 내기도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팀장(27)은 어린 나이임에도 배포가 크고 사고가 유연하다는 평을 받는다. 언니(조현아 전무), 오빠(조원태 전무) 뒤를 이어 조만간 임원 승진이 예상된다.
조 팀장은 미국 남가주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후 LG애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LG애드 AE시절, 벤츠가 VVIP고객 대상 신차발표회를 열 때 이 행사를 대한항공 비행기 격납고에서 화려하게 치른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이후 대한항공 광고팀 과장으로 입사한 조 팀장은 그룹광고 관련 상당한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말 홍보 관련 조직이 3개 팀에서 4개 팀으로 개편되면서 신설된 통합커뮤니케이션팀장(부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 광고 또한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참여해 화제가 된 ‘직딩 슈주’ UCC 동영상 기획 역시 조 팀장이 담당했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48)은 남동생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 지분을 각각 40%씩 나눠가진 1대주주다. 고문이라는 직책에서 추정해볼 수 있듯, 대외적으로는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정 고문은 2005년 이노션 설립 초부터 이노션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지금도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특히 직원 복지에 관심이 많아 이 부분만큼은 직접 챙긴다. 정 고문은 또 어머니(이정화 전 해비치리조트 대표)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맡아했던 해비치리조트 업무와 연관이 있다. 이노션의 한 관계자는 “정 고문은 현재 이노션과 해비치리조트를 왔다 갔다 하며 경영을 챙기고 있다”고 전한다.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차녀 정유경 씨(37)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했다. 한때 현대산업개발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나 현재 공식적인 직책은 없다. 주식만 0.71% 보유하고 있는 상태. 현대산업개발 내 호텔아이파크에서 운영하는 파크하얏트호텔 경영에 참여한 적도 있다. 때문에 향후 현대산업개발그룹이 건설과 리조트로 분할하고 정유경 씨가 리조트 부문을 맡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