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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리

그린페 2010. 1. 3. 23:25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25년형 확정
[한겨레신문] 2010년 01월 03일(일) 오후 10:01   가| 이메일| 프린트
[한겨레] “살인·납치·학살 등 원인 제공”
‘경제 살리기의 영웅’도 인권탄압의 죄를 벗지 못하고 끝내 감옥에서 여생을 보내게 됐다. 페루 대법원은 3일 알베르토 후지모리(71)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25년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증거 불충분으로 형 취소를 요구한 후지모리 전 대통령 쪽의 상고를 재판부 전원일치로 기각해 특별재판부가 선고한 25년 징역형을 확정했다. 앞서 특별재판부는 지난해 4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게 인권침해 혐의를 적용해 2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시 특별재판부는 살인, 납치와 학살 등 인권침해 사건에서 후지모리는 “간접적 원인 제공자”라고 판시했다.
교수 출신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일본계 이민 2세로 중남미 첫 아시아계 대통령에 당선된 신화적 인물이다. 그는 1990년 대통령에 당선돼 사회를 안정시키고, 침체된 페루의 경제발전을 이끌면서 빈곤층 등의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96년 12월 좌익 게릴라조직 투팍아마루가 리마 소재 일본 대사관에서 외교관 등 인질 72명을 넉달간 붙잡고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자, 반군 14명을 전원 사살한 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하지만 좌파 게릴라 척결을 내세워 인권을 탄압하고, 권력욕에 빠져든 독재자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91년 수도 리마에서 특수부대를 동원해 민간인 15명을 살해하고 92년에는 특수부대를 파견해 학생과 교수 10명을 숨지게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95년 4월 재선에 이어, 2000년 4월에는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부정선거와 횡령 의혹 등이 제기됐고 측근이 야당 의원을 매수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자 일본으로 달아났다. 이후 일본과 페루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2007년 9월 페루로 송환된 뒤, 권력남용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 의원은 2011년 페루 대선의 선두주자로, 당선되면 후지모리를 사면하겠다고 밝혀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후지모리風' 페루정가 뒤숭숭
수십 가지 혐의 강제송환 불구 보수층 지지 두터워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21일 페루 리마의 칠레 대사관 앞에서 ‘추방’이라고 쓴 후지모리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페루 정가가 알베르토 후지모리(69) 전 대통령의 강제송환을 앞두고 크게 술렁이고 있다. 재임 당시 부패와 인권탄압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그를 국내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막상 그가 송환됐을 때 닥칠 수 있는 정치적 파장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2005년 11월 칠레 당국에 체포돼 수도 산티아고에 가택연금 중인 후지모리가 22일 헬리콥터를 이용, 공항으로 이동 중이며 수 시간 내 송환될 것이라고 AP통신, BBC 등이 보도했다. 후지모리는 전날 칠레 대법원으로부터 페루로의 강제송환 판결을 받았다. 그의 페루행은 2000년 부패 스캔들로 정권에서 물러난 지 7년 만이다.

후지모리의 혐의는 25명이 숨진 '라 칸투타' 및 '바리오스 알토스' 암살사건의 배후조종과 불법도청 및 정부예산 유용 등 수십 가지. 후지모리 집권 당시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정보부장이 야당 정치인을 돈으로 매수하는 장면이 폭로된 동영상은 후지모리 정권 붕괴의 결정타가 됐다.

문제는 페루 검찰이 후지모리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페루 내 정치적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후지모리는 2010년까지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페루 법원의 판결에도 지난해 '시 쿰플레'라는 정당을 만들었다. 지지자들은 그의 이름을 딴 '후지 콜라'라는 음료수까지 만들어 그의 정치자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장녀 게이코 후지모리(32)도 큰 변수이다. 게이코는 지난해 총선에서 아버지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향수를 자극, 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됐다. 2011년 실시되는 대선에 게이코 의원이 야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후지모리는 이날 대법원 판결 후 "차기 페루 대선에서는 또 한 명의 '후지모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딸의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게이코 의원은 아버지가 1995년 수산나 히구치 여사와 이혼한 뒤 '영부인'으로 불리며 사실상 정치활동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후지모리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경우 유권자들간 충돌이 빚어지고, 정치적 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일본계 이민 2세로 1990~2000년 11년간 집권한 후지모리는 온갖 전횡과 부패로 페루의 민주화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지만, 공산게릴라 '빛나는 길'을 무력화하고, 연간 400%에 달했던 인플레를 잡는 등 실적도 적지 않아 페루 보수세력에는 여전히 상당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