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이집트)=조영신기자】‘2010 FIFA 남아공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월드컵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만큼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뜬 2010년 첫 햇살은 어느 해 보다 밝다. 월드컵은 축구 축제이자 기업에 있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홍보 수단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FIFA와 자동차 부문 공식 후원사 계약을 맺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북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이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재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 무한한 가능성을 보유한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위해 현대·기아차가 올해 대대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판매를 더욱 늘린다는 복안을 마련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아프리카 대륙을 전담할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동과 아프리카를 묶어 관리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별도로 집중관리할 예정이다.
LG전자 또한 아프리카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미 LG라는 브랜드가 국민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만큼 이번 월드컵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피라미드 위에 우뚝 선 현대차
이집트 카이로 도심은 언제 만들었는지, 또 어떤 업체가 만든 차인지 알 수 없는 자동차들로 가득 차 있다.
출고된 지 30년도 넘는 차들도 도로를 질주한다. 자동차만 보면 1960∼1970년대 풍경이다.
하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마차도 도로 위를 달린다. 말그대로 진풍경이다.
그나마 북부 아프리카는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현대화 돼 있다. 중부 아프리카나 남아프리카 지역(남아프리카공화국 제외)으로 가면 도로사정은 이보다 훨씬 뒤떨어진다는 게 현대차 아프리카지역 본부 주재원들의 설명이다.
이집트는 사실상 현대자동차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할 정도로 오랜 된 차들 가운데 현대차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눈에 띄는 차가 바로 현대차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25.7%다. 이집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39개 브랜드중 1위다.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7%로 2위인 미국 시보레(7.3%)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무려 32.7%에 달한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이집트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은 이집트의 특이한 세금구조를 파악, 적절한 모델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배기량 1600cc 이상 2000cc 이하 수입 자동차에 대해 무려 13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다.
여기에 판매세(개별소비세와 유사한 세금) 30%가 부과된다. 개발세 5%는 별개다.
2000cc 이상 수입자동차의 관세(135%)과 판매세(45%), 개발세(9%)는 가히 살인적이다.
이 같은 세금구조를 파악한 현대차는 1600cc 이하 자동차(관세 40%, 판매세 15%, 개발세 3%)를 집중투입, 이집트 운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베르나가 대표적인 효자 모델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두자릿 수 이상 성장해 왔다.
■희망봉 정상을 눈앞에 둔 현대·기아차
현대차는 아프리카 각국의 개발 정도가 너무 상이해 현재는 북부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중 이집트와 알제리 모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도가 주요 자동차 수요국이다. 전체 자동차 수요는 14만대 수준이다. 여타 국가나 대륙과 비교하면 무척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 수요로 볼때 가장 큰 시장은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실상 북아프리카(이집트,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 등을 석권한 현대차가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시장이다.
현대·기아차가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북부 아프리카 시장을 석권한 이상 아프리카 전역을 석권하겠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판매 목표다. 일단 지난해 현대차는 남아공에서 2만6000여대를 판매, 시장 점유율 7.2%를 차지했다. 지난 2008년 2만6010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해 판매대수는 비슷하지만 시장점유율은 1.8%포인트나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아공까지 전이된 탓이다. 북부 아프리카에서 맥을 못추고 있는 일본 도요타가 남아공에선 시장 점유율 1위다.
하지만 현대차의 남아공 시장 1위는 눈앞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1위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을 마련중이다. 대대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현대차의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것.
남아공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 현대차의 이미지를 알려 향후 자동차 판매와 연결시키겠다는 복안도 마련중이다
■별도 관리에 들어간 삼성과 LG전자
삼성전자가 아프리카 대륙을 별도 관리하는 등 삼성·LG등 글로벌 전자업체들도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아프리카 총괄’을 별도로 독립시켰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아·중’으로 묶어 관리해 왔지만 월드컵이 개최되는 등 이 지역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별도관리키로 한 것이다.
삼성의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의 언급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최 사장은 지난해 말 개최된 글로벌 경영전략 회의에서 “지역 특성상 아프리카가 선진국보다 매우 어렵고 힘든 곳이지만 적극 개척해 나가야 할 시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삼성은 아프리카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유통망 확충에도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삼성은 남아공 월드컵과 별도로 올해 앙골라에서 개최되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도 후원키로 했다.
LG전자 역시 물류 및 유통채널을 더욱 강화하기로 하고 현재 시장조사에 나섰다. 지난 1990년 아프리카 남서부 국가인 코트디부아르에 아비장(Abidjan)지사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4개 법인과 3개 지사를 운영중인 LG전자는 판매망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LG전자는 3억6000만명이 살고 있는 서아프리카지역에 운영중인 3개 영업점을 5개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대륙을 하나로 통합 관리하는 마케팅 조직을 신설키로 하고 사전작업에 착수했다. 또 B2B 확대를 통해 사업구조를 더욱 고도화한다는 복안도 마련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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