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일 김 전 장관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28세 총각 교사와 고1 여고생으로 첫 만남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일화를 소개했다.
영화배우이자 연극연출가로도 잘 알려진 김 전 장관은 평소 블로그를 방문한 네티즌들과 예술과 문학에 관해 소통해 왔다. 최근 화제가 된 연극 ‘교수와 여제자’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글 말미에 “사실 저와 아내도 '교사와 여제자'의 관계였다”고 고백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아내와의 연애시절을 풀어놓게 된 것이다.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김 전 장관은 서울 배화여고에서 독일어교사로 부임하면서 아내와 처음 만났다. 그는 아내의 말을 빌어 “허름한 양복 상의에 후줄근한 바지를 입고 첫 수업을 하는 순간 첫 눈에 반했다고 하더라”며 “말없이 저를 바라보던 소녀는 설레는 가슴으로 독일어 수업을 기다리고, 저의 모습을 보려고 교정을 서성이고 밤마다 저의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 학창 시절의 추억으로 끝나고 마는 선생님 짝사랑이 아내에게는 추억으로만 끝나지 않았다”며 “제가 학교를 떠나자 아내는 사흘 낮과 사흘 밤을 울었다고 한다”고 적은 뒤 “믿거나 말거나”라고 장난스럽게 덧붙이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학교를 떠나 극단에서 연극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여대생이 된 여제자는 소문을 듣고 신문의 문화면을 뒤적였고, 아담하고 고운 얼굴을 한 이 제자는 때마다 찾아 와 꽃다발을 안기고 사라졌다.
그는 “1 년이 지나고 2 년이 지나고 3 년이 지났다. 그러는 동안 스승과 제자였던 두 남녀는 사제 관계와 연인 사이의 감정이 뒤섞인 묘한 만남을 한동안 계속했다”며 “이런 저런 얘기 끝에 결혼 얘기가 나왔지만 그 무렵 병을 앓고 있었고 수입이 형편없던 터라 결혼에 도통 자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때 아내가 한 말이 “왕을 사랑하면 왕비가 되는 것이고, 거지를 사랑하면 거지 아내가 되는 거예요. 전 거지 아내가 되고 싶어요”였고, 김 전 장관은 “그 말은 샘물과도 같은 활력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김 전 장관이 36살, 아내가 26살 때인 1986년 10월 26일에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두 사람은 단출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아내는 때로는 저의 언변에 속아 때로는 소녀 시절의 환상에 속아서 불안하고 힘겨운 결혼 생활을 꾸려 오고 있다”며 “이제는 중년의 주부가 되어 때로는 어머니처럼 때로는 누이처럼 변덕쟁이 남편을 돌보고, 성인이 되어 가는 아이들과 씨름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네티즌들은 “사모님이 너무 멋진 분이다”, “요즘 세상에 이런 믿음이 있겠느냐”,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어가길 바란다”고 댓글로 감동을 표했다.
김명곤 전 장관은 1983년 영화 '바보 선언'으로 영화계 데뷔, '서편제', '태백산맥'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서편제'에서는 각본을 쓰기도 했으며 이 영화로 1993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86년 극단 '아리랑'을 창단했으며 2000년 국립중앙극장장을 맡았고, 2006년 문화관광부 장관에 취임했다.
![]() |
↑(위)독일어 교사 시절, 결혼식 모습 ⓒ사진=김명곤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