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투데이] KT가 당초 12월부터 이동전화 부가서비스로 내놓으려고 했던 ‘010 이전 번호표시 서비스’가 010 번호통합 정책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2G(01x) 가입자가 3G(010)로 옮겨도 기존 2G 번호를 유지해주는 부가서비스입니다.
기존 번호연결서비스는 상대방이 옛 2G 번호로 전화나 문자메시지(SMS)를 보내면 음성이나 SMS로 바뀐 3G 번호를 안내해주는 것이지만, 이는 기존 2G 번호로도 착·발신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릅니다.
업계의 견해를 들어보면 KT는 3G 전환을 서두른다는 목적으로 이 같은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SK텔레콤의 반대로 출시가 미뤄지고 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해당서비스가 010 번호통합 정책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신고만으로 서비스가 가능한 부가서비스에 대해 심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일단 KT는 방통위와 협의가 끝나는 대로 해당 부가서비스를 출시한다는 입장이고, 1년 정도 무료서비스로 제공하다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1년 정도 연장해 준다는 계획입니다.
KT 관계자는 “3G로 이동하려는 가입자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이 번호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가입자들이 010 완전전환이 이뤄지기 전까지 3G로 이동하고도 2G 번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11월말 현재 이통3사 가입자 중 010 번호를 사용하는 가입자는 SK텔레콤 72%, KT 89%, LG텔레콤은 75% 정도로, KT의 010 가입자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방통위는 내년 3월 정도면 010 가입자가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8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보다 빠른 1월말에서 2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방통위의 전신인 옛 정보통신부는 이동전화 가입자의 80%가 010을 사용하는 시점에 ‘010 강제통합’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당시 정통부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01x 번호의 브랜드 차별화를 없애고 번호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왜 방통위는 정부정책에 부합하는 010 번호 전환을 서두르겠다는 사업자의 서비스 신고에 심사숙고하며, 이동전화 이용약관인가대상(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인가도 아닌 2위 사업자인 부가서비스 신고를 010 번호통합 정책과 맞물려 놓고 고민을 하는 것일까요.
또 SK텔레콤은 010 번호통합을 서두르겠다는 KT에 왜 제동을 거는 것일까요.
KT가 합병하기 이전인 KTF는 2G 시장에서 만년 2위 사업자였지만 3G 시장에서는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겠다며 대대적으로 ‘쇼(SHOW)’ 마케팅을 펼쳐 왔습니다. 현재 KT의 010 가입자 비율이 높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럼, KT가 SK텔레콤보다 3G 가입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이 같은 부가서비스를 내놓았을까요. 그리고 SK텔레콤은 이를 막기 위해 반대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두 사업자의 속내는 다른 데 있어 보입니다.
그동안 이동통신 시장은 01x(011·016·017·018·019) 번호를 사용하는 2G와 010을 사용하는 3G 시장으로 구분돼 있었습니다.
SK텔레콤이 시장점유율 50%를 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이지만 이는 전적으로 2G에 국한돼 있는 것이고, 3G는 예외로 돼있었습니다.
하지만 3G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2G나 3G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에, 방통위는 2G와 3G를 하나로 묶는 시장획정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연구 과제로 맡겨 놓았고 그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입니다.
만약, 2G와 3G가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면 SK텔레콤은 통합 이동통신 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이렇게 되면 SK텔레콤은 2G뿐만 아니라 3G에서도 정부의 규제를 받아야 하고, 더욱이 사업자 간 주고받는 접속료 등에서도 수익이 크게 줄어듭니다.
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재판매법에 따라 가상이동망사업자(MVNO)에게 2G뿐만 아니라 3G도 의무접속을 허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이 때문에 KT는 3G 가입자 비중을 높여 2G와 3G를 통합하는 것을 ‘010 번호통합’에 이입시키려는 것이고, SK텔레콤은 이 같은 분위기를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결국, 이번 논쟁은 ‘010 번호통합’ 정책보다는 3G를 2G와 동일시장으로 놓느냐 마느냐의 결정을 앞둔 양사 간의 기싸움입니다.
어떤 결정이 나든 간에 통신시장에 한바탕 소동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김태진 기자 tjkim@et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