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 2위 업체
LG생활건강 이 3위 업체
더페이스샵 인수를 24일 완료했다. LG생활건강은 3500억원에 더페이스샵 지분 90%를 확보했다. 지분 90%는 어피니티 측 지분 70.2%와 더페이스샵 창업주인 정운호 회장의 지분 29.8% 중 19.8%를 합친 것.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10억원으로 더페이스샵을 창업한 정 회장은 이번에 매각 대금으로 715억원을 벌었다. 정 회장은 지난 2005년 10월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더페이스샵 지분 70%를 약 100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딜을 화장품업계 부동의 1위인
아모레퍼시픽 을 향한 LG생활건강의 '선전 포고'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부문 매출은 1조2695억원과 5341억원. 더페이스샵의 매출이 합쳐질 경우 LG생활건강의 화장품부문 매출은 약 7692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과의 격차를 좁힌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에 주력,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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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공격적인 행보LG생활건강의 공격적인 행보는
차석용 사장이 2005년 1월 부임하면서 본격화됐다. P&G, 쌍용제지,
해태제과를 거친 차 사장은 2005년 12월 일본유니참과 합작법인
엘지유니참을 설립해 생리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2007년 10월엔
코카콜라음료를 3853억원에 인수했다. 올 4월엔
다논코리아와의 사업제휴를 통해 유가공 제품 사업에도 진출했고, 10월엔 112억원에 생수업체인
다이아몬드까지 인수했다.
이번 더페이스샵 인수는 차 사장의 화장품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의지를 드러낸 것. 차석용 사장은 그간 아모레퍼시픽과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에 국한해 '한판 승부'를 벌여왔다.
오휘 브랜드를 국내 브랜드 중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한방 브랜드
설화수에 이은 백화점 판매 2위 브랜드로 키우고, 방문판매사업도 확대했다. 하지만 중저가 시장에선 에뛰드 등 '대중 브랜드'를 내세운 아모레에 뒤처졌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그간 취약했던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아모레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더페이스샵 인수로 LG생활건강은 길거리 점포(브랜드샵) 수가 1600여개까지 늘어 1200개인 아모레를 앞선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 중복되는 LG생활건강의
뷰티플렉스와 더페이스샵 매장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과제로 남는다. 현재 전국에 대리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뷰티플렉스는 970개로 더페이스샵이 보유하는 700여개 브랜드샵들과 상당 부문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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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퍼시픽은 글로벌 톱 10 전략LG생활건강의 '도전'에 아모레퍼시픽 측은 "보다 넓은 시장을 보겠다"는 전략으로 수성(守城)에 나선다.
아모레퍼시픽의
김형길 상무는 "국내 화장품 시장이 과열되는 상황 속에서 국내 1, 2위라는 것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글로벌 전략에 박차를 가해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사장은 최근 "해외에서 매년 24%씩 성장하는 기세를 이어 6년 후 총매출의 24%인 1조2000억원을 해외에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5년까지 설화수, 헤라를 중심으로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 10개를 육성,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 홍콩 , 태국 등에 라네즈 매장 273개, 마몽드 매장 1970여개를 보유하고 설화수 등 고가 브랜드는 미국 뉴욕 의 소호 스파 매장, 일본 이세탄백화점, 홍콩 하비니콜스백화점 등에 입점하는 등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을 펼쳐왔다. 그 결과 2005년 이후 해외 시장에서 연평균 24% 성장, 2008년 말 해외 매출로만 2637억원을 올렸다. 올해엔 전년 대비 20% 증가한 316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LG생활건강은 해외 화장품 진출 부문에선 아직 '아기 걸음마 단계'이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에서 약 500여개의 매장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더페이스샵도 현재 중국시장에 6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일단 국내에서 전열을 가다듬은 뒤 해외 사업 부문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끔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or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