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618_아름다운한국 KOREA GEOGRAPHIC
골목비경 | 충북 청주 수암골
피란민 정착지에서 벽화마을로...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수암골. 청주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던
마을은 2007년 고목마다 벽화가 그려지면서 화사하게 재탄생했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방문객도 부쩍 늘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암골목 1번지. 일명 ‘수암골’로 불리는 곳이다. 우암산 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청주의 대표적인 달동네이기도 하다. 수암골은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수암골’이라고 치면 사진이 꽤 올라온다. 허름한 담장에 갖가지 예쁜 벽화가 그려진 사진, 꼬불꼬불한 골목길 사진이 뜬다. 배우
전쟁 당시 피란민 정착촌으로 만들어져
차는 반듯하게 닦인 길을 따라 순식간에 수암골 입구에 도착했다. 길은 복잡하지도, 번잡하지도 않았다. 얼마 전 마을이 자리 잡은 우암산 자락을 에두르는 우암 순환도로가 생긴 덕택이다. 길은 제법 경사가 있는데 길이 닦이기 전 걸어 다니려면 꽤나 힘들었겠다 싶다. 마을 앞에는 차 5~6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입구에 ‘삼충상회’가 있다. 수암골에서 유일한 가게다. 담배와 음료수, 과자 등을 판다. 짙은 푸른 페인트칠을 한 간판이 예쁘다. 빗물받이에도 꽃 그림을 그려놓았다. 삼충상회 앞은 공터. 마을 사랑방 겸 회관 구실을 한다. 백발의 노인 서너 분이 앉아 계신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드리니 웃는 얼굴로 맞아주신다. “잘 왔네. 오늘 날씨가 좋아서 골목 돌아보기 좋겠다”며 손가락으로 골목 입구의 담벼락을 가리킨다. “저기에 골목 지도가 그려져 있으니 그것 보고 따라가면 돼요.” 지도를 보니 골목의 모양이 대충 그려진다. 골목은 밤톨처럼 생겼다. 찐빵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하다. 마을을 둘러싼 큰 길이 있고 큰 길 아랫부분에서 네 개의 골목이 갈래를 친다. 네 개의 골목은 마을 속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밭 전 자(田)’ 모양으로 나뉜다.
수암골은 한국전쟁 이후 만들어졌다. 울산 23육군병원 앞에 천막을 치고 살던 피란민들이 청주로 이주하면서 생겨났다. “여기 흙으로 벽돌을 한 장 한 장 찍어 집을 지었지. 방 2개, 부엌 하나를 들였어.”
벽화골목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카메라를 든 네티즌들이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다. 드라마도 찍었다. 요즘에는 평일이건, 주말이건 사진동호인들이 몰려든다. 미놀타 필름카메라를 들고 골목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지는 골목
수암골은 작다. 느긋하게 돌아보아도 20~30분이면 충분하다. 지도가 그려진 길을 지나 골목길을 올라가면 벽화를 하나둘 만날 수 있다. 연꽃이 그려진 벽, 익살스런 호랑이가 그려진 벽, 암탉이 병아리를 데리고 가는 그림이 그려진 담장도 있다.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고, 시원한 바다가 그려진 담장, 발레리나가 그려진 벽도 있다. 꽃잎이 새겨진 계단은 통째로 들어내 가고 싶을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예쁘다.
굳이 벽화가 아니더라도 수암골 골목길이 지닌 풍경은 놀랍다. 전깃줄 수백 가닥이 얽히고설킨 전봇대가 서 있고 사람 한 명이 지나기에도 힘겹게 보이는 좁은 길도 있다. 집 앞에는 파와 상추를 심어놓은 화분이 놓여 있다. 화분도 알록달록하게 색칠했다. 대문 너머로 강아지 짓는 소리가 들리고 골목 담벼락에는 양철 보일로 된 환기구가 버젓이 드러나 있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아이가 골목길을 뛰어가기도 한다. 전망도 참 좋다.
재개발은 안 할까? 골목에서 만난
저녁이 되면 수암골은 부산해진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골목으로 나온다. 줄넘기를 하고 배드민턴을 친다. 된장찌개 끓이는 냄새가 퍼진다. 골목에다 텔레비전을 내놓은 집도 있다. 주민들이 모여 드라마를 함께 보며 삶은 고구마를 나눠 먹는다. “여기가 수암골 극장이요. 상영시간은 해질 때부터
작가 갤러리
할머니의 당부
여기가 수암골 극장이요
피아노 건반 골목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
수암골은 청주 스카이라운지
옹기종기 다닥다닥
골목길에서 얻은 것
섬, 수암골
여기가 고향이야
혼자만 알고 싶은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