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의 2차 핵실험을 응징하기 위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1874호가 마침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논의 과정에서 처음에는 중국 의 반대로 제재안 타결이 지연되더니, 그다음에는 러시아 가 이의를 제기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주 내내 국내 신문들은 마치 대북 제재안이 당장에라도 타결될 것처럼 보도해왔다. 방송이 못한다면 신문이라도 안보리 의사결정 과정의 큰 그림까지 짚어 주었더라면 독자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엔안보리는 상임이사국 5개국( 미국 · 영국 · 프랑스 ·중국·러시아)과 총회에서 선출되는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 10개국( 호주 · 일본 ·
우간다 ·
부르키나파소 ·
리비아 · 베트남 ·
코스타리카 ·
멕시코 ·
크로아티아 · 터키 )으로 구성된다. 안보리 안건은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제재 결의안처럼 실질적 내용을 갖는 경우 반드시 상임이사국이 찬성해야 한다. 바로 강대국 만장일치 원칙을 보장하기 위한 거부권(veto)이다. 안보리 의결사항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국제적 협약보다 권위가 있다. 문제는 안보리가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때문에 강대국 간에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냉전시절 미·소의 극심한 의견대립으로 합의가 어려워 안보리 무용론(無用論)이 나오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안보리 개편안이 간간이 논의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엔이 탄생한 반세기 전과 비교하면 국제적 힘의 배분 양상이 현격히 달라진 지금까지 당시의 상임이사국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국제정치 질서의 공정한 반영을 위해 비상임이사국 수를 늘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제재안은 미국 주도로 한국·일본이 초안 작성에 참여했고, 미온적 입장인 중국·러시아와의 의견 조절 과정에서 타결이 지연되었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리비아나 베트남의 입장도 고려되었다.
북한은 이미 이번 결의안에 강력 반발,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북한을 저지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결의안 1718호의 전례에서 보듯이 결의안 내용보다는 이행의 문제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외교력을 총동원해 중국의 실질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금융제재만 하더라도
마카오를 비롯한 중국계 은행에 퍼져 있는 북한의 차명 계좌를 찾아내야 가능한데, 중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국제사회가 단합해 아무도 북한의 핵 보유를 원치 않음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