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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현-이현우

그린페 2009. 5. 21. 23:49
탤런트 노주현, 뉴욕 한 복판에 집 산 이유
[조선일보] 2009년 05월 21일(목) 오후 06:36   가| 이메일| 프린트




노주현은 대한민국 대표 탤런트로서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중후한 신사’이자 ‘영원한 중년’의 아이콘이죠. 연기 경력 40년, 63세의 그는 데뷔 초부터 ‘늙지 않는 중년 신사’였습니다. 톱클래스 ‘스타재테크’ 인터뷰를 위해 전화 섭외할 때가 생각납니다.
“노주현 선생님이시죠?”
“(쫙 깔고)네, 그런데요”
“(취재 의도 설명) 시간되십니까?”
“에~ (긴 침묵)”
그 음성의 카리스마란! 느리고 낮고 굵은 그의 음성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여기까지 그의 말은 딱 두 마디였습니다. 두 마디 말로 상대방을 이렇게 압도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200명 가까운 사람들을 인터뷰 섭외하면서 이렇게 떨어본 건 처음입니다. 불과 2초에 가까운 침묵이 2분처럼 길게 느껴지더군요. 그의 다음 말은 예상 외로 “(역시 쫙 깔고) 언제요?”였습니다.
실제로 만난 그는 브라운관보다 훨씬 젊어 보였습니다. 희고 매끈한 피부는 40대 후반이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더군요. 인터뷰 때도 전화 너머 그 특유의 화법은 여전했습니다. “에~” 하는 긴 후렴구와 이어지는 침묵으로 동석한 사람들을 묘하게 긴장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긴장됐지만 그의 대답은 솔직하고 소탈했습니다. 자기 검열을 넘어선, 고정된 이미지 관리의 필요성을 넘어선 중견 탤런트의 여유로움이랄까요. 특히 가족 이야기를 할 때에는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그의 푼수 캐릭터가 생각나더군요.
“스물여덟 살 아들은 인물이 나보다 훨씬 낫다고 해요. 딸은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는데, 손자가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요즘 큰 낙이 손주와 목욕하는 거에요. 걔를 내 배 위에 앉혀 놓고 목욕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껄껄껄)”




그는 땅에 대한 애착이 많았습니다.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편중돼 있더군요. 재테크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어서랍니다. 그가 소유한 땅은 일관성이 있었습니다. 경치 좋은 경기도 용인의 부지를 매입해 전원주택을 지었고, 역시 경치 좋은 제주도의 망고 농장을 샀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한남동 빌라이고요.
그런데 일관성에 맞지 않는 곳이 있더군요. 아이들과 뉴욕에 함께 살 때 도심 한 가운데 집을 샀다고요. 컨셉에 어긋난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대한민국 노주현인데, 그래도 집 한 채는 있어야죠. 그 땐 사업에 실패해 돈이 없었을 때에요. 목돈이 필요해서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들한테 돈을 빌려서 샀어요.”
돌이켜보면 그는 돈이 있을 때에나 없을 때에나 부티가 줄줄 흘렀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현재의 노주현을 만든 게 아닐까요.  

[김민희 / TOPCLASS 기자 mini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