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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김성덕 기자]침묵의 정치, 절제된 수사를 구사하며 ‘카리스마 리더십’을 발휘해 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5일 방미(訪美)를 기점으로 그동안 애써 감춰왔던 자신의 색깔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대권플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해 말을 극구 아끼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박 전 대표는 미국에서 작심하고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한두 마디 핵심만 말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박근혜가 아니다.
박 전 대표는 6일(현지시간) 스탠포드 대학 강연에서 개헌문제도 이야기했고 대북문제에 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에 있어 가장 민감한 사항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발언했다. 질의응답 형식이긴 했어도 준비 완료된 발언이었다.
박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부터 (나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을 일치시키는 것에 대해 말해왔다”고 했다. 사실상 2012년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거와 12월 대선을 함께 치르자는 제안이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부담스러운 개헌론을 빼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작년 한해 국정을 마비시켰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에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쇠고기 문제는 절대로 반미감정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내가 확실히 말씀 드릴 수 있다”고 단언한 뒤 “우리 한국정부가 충분한 설명 없이 갑자기 소고기를 수입하니 불신한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경우에도 그렇게 충분한 설명이나 절차 없이 했으면 국민들이 그렇게 불안했을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언급했다.
대북특사로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대북특사설에 대해 “내가 개인적으로 방문하고 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의 카드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하나같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친이’ 주류들에게는 껄끄럽고 듣기 거북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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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정치, 절제된 수사를 구사하며 ‘카리스마 리더십’을 발휘해 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5일 방미(訪美)를 기점으로 그동안 애써 감춰왔던 자신의 색깔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대권플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데일리안 윤경원 기자 |
박 전 대표는 이날 강연에 앞서 재보선 패배 후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가 만나 내놓은 ‘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라는 당쇄신책도 거부했다.
그는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 주류가 이끄는 배에 올라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무기로 ‘마이웨이’ 행보를 갈 것임을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박 전 대표는
10월 재보선까지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4월 재보선에서 좀 더 일찍 한나라당 참패로 귀결되면서 ‘대권 행보’를 당긴 걸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이번 당쇄신안과 실천과정을 지켜본 뒤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선거지원에 나서 승리할 경우 당권은 사실상 박 전대표가 접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박근혜 간판’을 달고 선거를 치르게 된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란 골인지점에도 성큼 다가서게 된다.
´박근혜 사람들´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보다 늦게 대권팀을 가동한 탓에 ‘조직표’에서 완승을 이루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는 이른바 ‘박근혜 대권팀’도 훨씬 일찍 가동될 것이란 전망이다.
걸림돌도 있다. ‘친이’ ‘친박’ 계파갈등이 갈 데까지 간다면 어느 시점에서 한쪽이 분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 여당이 쪼개지는 최악의 사태인데 이명박 대통령의 원심력과 박 전 대표의 구심력 가운데 누구의 힘이 더 센가에 따라 분당은 진짜 현실이 되거나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도 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