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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기자

그린페 2009. 2. 24. 22:56
신경민의 기자정신과 사법부의 굴욕
[오마이뉴스] 2009년 02월 24일(화) 오후 06:37   가| 이메일| 프린트
[오마이뉴스 김갑수 기자]"여대생의 머리를 짓밟는 군화와 직사 물대포에서 공권력의 정당한 집행은 읽을 수 없었습니다. 경찰 수뇌부의 다급함과 피곤한 전경의 화풀이만 보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열성 시민이 주말 새벽부터 밤까지 왜 그랬을까요? 만약에 배후가 있었더라면 이러한 시민을 동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정부와 경찰이 아직도 디지털시대와 시민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7080 식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2008. 6. 2.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는 촛불시민의 순수성과 공권력의 무도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그가 지적한 대로 '경찰 수뇌부의 다급함'은 반년도 채 안 가 용산참사라는 불행을 낳고 말았다.


신경민 앵커는 현직 기자이다. 그는 지금 맡고 있는 뉴스데스크의 진행도 기자로서의 역할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1981년 MBC에 입사한 이래 28년 동안 MBC 기자로 활동했다. 사회부와 외신부를 거쳐 특파원을 지낸 그의 기자 경력은 유달리 특출하다고 할 수도 없다. 9시뉴스 진행을 맡는 지도 불과 1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기자 중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는 국민의 찬사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그의 뉴스 마무리발언(클로징멘트)은 번번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있다. 한다. 그의 이름이 포털 검색 1위로 오르는 것은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신경민 기자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특별한 데 있지 않다. 그는 기자로서 가장 정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기자들에게 일면 모욕적인 말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럼 다른 기자들은 비정상적이란 말인가? 불행히도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신경민과 동아·조선 기자의 차이


클로징 멘트를 하는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박혜진 앵커.

ⓒ MBC 화면 갈무리

우리가 알고 있듯이 지난 연말 KBS보신각 타종행사 생중계에서 화면과 음향을 이상하게 처리했다. 그들은 현장에 있던 수많은 집회 참가자의 모습을 일절 내보내지 않았고 그들의 함성 대신 녹음된 박수 소리를 집어넣었다.

신경민 앵커는 다음 날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다.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 교재로 열공했다"고 말한다.


사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발언이었다. 그의 말대로 KBS 중계는 '소란과 소음을 지운 것'이고, 그 결과 '화면의 사실과 현장의 진실'이 다르게 전파를 탔다. 하지만 비정상이 다수를 차지하는 언론 풍토에서 신 앵커의 발언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하나의 예로 당시 <동아일보> 1월9일자에서 허엽 기자(문화부장)는 '흥분한 앵커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앞으로 누군가를 몰아붙이려거든 나치주의자에게나 해라"는 외국 기자의 자서전을  인용한 후, "앵커의 흥분은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신경민 앵커와 MBC뉴스데스크를 싸잡아 비판했다. 사실 신 앵커는 누군가를 몰아붙이지도 않았고 더구나 전혀 흥분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동아일보 문화부장은 그렇게 썼다.


예는 더 있다. 당시 신재민 문화부 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그 부분은 뉴스방송이 아니었다"고 하며 KBS를 두둔했다. 이것은 '뉴스'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이었다. 뉴스란 시사 보도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 아닌가? 따라서 현장중계는 당연히 뉴스에 포함되는 것이다. 신 차관은 '언제 어디서~ 식으로 6하원칙에 의해 나열하여 읽어주는 기사만 뉴스라고 알고 있었던 것일까? 참고로 신 차관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명색이 한국을 대표한다는 동아·조선 기자들의 수준이 이 정도인 상황에서 신경민 기자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은 이상한 일이다.


신경민 기자는 작년 3월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으면서, "기자로서 충실하고 허튼 짓을 안 하는 것이 내 이미지 같다. 앞으로도 허튼 짓 안 하고 노력하는 기자가 될 것"이라고 기자로서 상식적인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그는 정말 상식적으로 방송 앵커 역을 해왔다.그럼에도 그가 두드러진 것은 우리 사회의 비상식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일 아닐까. 다시 말해 그는 시대가 어둡다보니 자연스럽게 삐져나온 '낭중지추' 같은 존재다.


'권위' 먹고 산다는 사법부의 굴욕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 MBC 제공

최근 대한민국 법원은 삼권분립을 무색하게 하는 판결을 연이어 내리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게 구속영장을 발급한 것이나 조중동 광고불매 소비자운동을 벌인 누리꾼 24명 전원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한 일이다.


특히 23일과 24일 보도된 '보수 판사에게 촛불재판 몰아주기'는 법원이 더 이상 삼권분립의 한 축임을 포기하는 나약하고 기회주의적인 행태다.


이 사회의 파행을 놓치지 않고 보도· 논평해 온 신경민 앵커가 법원의 부당성과 비논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더욱이 MBC는 이번 사태를 3꼭지의 리포트로 집중보도하기도 했다.


 "촛불집회 사건 몰아주기 배당에 대해 법원 고위층은 정상적이고 적법해서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고 공식으로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장과 수석 판사가 그 당시에 무작위 배당으로 바꾼 건 평판사들 힘에 밀려서 그랬다는 얘기입니다. 70~80년대 어두운 시절, 법원이 누가 알까봐 숨어서 몰래 배당한 것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법원 답변이 너무나 법 공부한 사람 같지 않아서 내일 다시 묻겠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엄청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판사 집단처럼 보수적인 곳에서 집단 반발을 보이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대개 이런 일들은 사법파동으로 이어졌다.


신경민 앵커의 발언은 사법부의 논리를 일거에 압도해버렸다. 답변이 시답지 않으니 내일 다시 묻겠다. 그때까지 잘 준비해 놓아라는 의미로 들린다. 옛날에는 '영감님' 소리를 들었던 '사법부 재판관님들'의 권위는 다 어디 갔는지…. 이런 굴욕을 당하고도 그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그게 비정상 아닐까?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7080의 어둠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신경민 기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방송사 입사 뒤에도 출입처나 보직에 여러 번 불이익을 당했고 앵커도 여러 번 잘렸어요. 정치부 취재를 하면서 동시에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한 90년대 초 현안 중 하나가 YS의 아들 김현철 문제였어요. 김현철이 정치에서 손을 떼는 것이 정의다라는 생각을 코멘트에 여러 번 실었더니 경고성 질문이 나오더군요. "그거 당신이 쓴 거야? 누가 써준 거야?" 제 앵커 멘트를 누가 써주겠느냐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즉석에서 쓴 거냐, 오래 생각한 거냐 묻더군요. 그러다 어느 날 잘렸어요. 그것도 통보도 없이 후임이 결정되는 비겁한 방식으로. 일부러 모욕을 준 것이죠. 그런 일의 시작은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였어요. 남대문 대한화재지하상가에 불이 났는데 현장검증을 보러갔더니 경찰들이 기자들을 가로막아 싸움이 났어요. "청와대 지시다"라기에 "청와대 좋아하네. 나쁜 놈들"이라고 대꾸했는데 키가 커서인지 경호실 차장이 나를 지목해 끌고 갔어요. 오후에 청와대 경호실로 오라고 해서 갔는데 그때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것을 처음 들었죠. "청와대 좋아하네"라는 말이 문제가 된 거죠." (좌중 웃음) 결국 입사 1년도 못 돼 당한 내근조치가 5년을 갔어요."


그는 인터뷰에서 권인숙 성고문사건이나 김근태 사건의 재판과정 등 열심히 취재하고도 많이 기사화하지 못한 일이 가슴 아프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신경민 기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권력은 아닌 것 같다. 그는 그는 7,80년대의 '어둠'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가 경멸하는 것은 기자를 팔아 세속적 영달을 꿈꾸는 짓이 아니다. 정작 그는 7,80년대의 보도지침 같은 것들을 경멸하고 있다.


그는 "앵커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교체명분은 시청률이 되겠지만 시청률은 늘 그만했으니 구실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앵커'는 원래 뜻이 '닻'이라고 한다. 닻은 정박한 선박의 무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바람이 불어도 선박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도 닻이다. 우리는 그가 'MBC의 닻'으로 '기자의 닻'으로  오래 그 자리에 있어주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