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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강남사옥

그린페 2008. 11. 14. 02:16

[Cover Story] 삼성 ‘신개념’ 강남 사옥 [중앙일보]

삼성전자가 32년간의 ‘강북 시대’를 접고 14일부터 ‘강남 신사옥 시대’를 연다. 14일 새벽 동틀 무렵에는 서울 중구 태평로 사옥에 있던 모든 부서가 서울 서초동 신사옥으로 이전해 태평로 사옥에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삼성전자가 떠난 태평로 사옥은 5~6개월간의 보수작업을 거쳐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이 사용한다.

태평로 사옥은 바로 옆 삼성생명과 함께 금융타운으로 바뀐다. 삼성은 그룹 계열사를 ‘제조업=강남, 금융업=강북’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14일 이사 완료=강남 신사옥은 크게 A동과 B동, C동으로 구분된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들어가는 C동 빌딩은 ‘소통과 창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좌석 배열이 확 달라졌다. 태평로 사옥에서는 상급자가 하급자의 뒤편에 앉고 직급별로 일직선으로 앉는 이른바 종대(縱隊)형 배치였다. 그러나 서초동 사옥에서는 셀(cell·벌집의 봉방)형 좌석 배치가 채택됐다. 관련 업무를 맡는 4인이 하나의 셀을 구성하고 각 셀들이 벌집처럼 흩어져 있는 구조다. 또 셀과 셀 사이에는 칸막이가 있어 각 셀들은 독립된 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셀의 한가운데는 회의를 할 수 있는 탁자가 놓여 있어 4인이 언제든지 머리를 맞댈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무가 4인 선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4인을 하나의 셀로 묶었다”며 “등을 맞대고 앉는 게 아니라 서로 좌석을 약간만 돌리면 마주볼 수 있는 구조여서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동(삼성생명빌딩)과 B동(삼성물산빌딩)에는 없는 특이한 시설물이 C동에는 설치됐다. 내부 계단이다. 이 내부 계단은 사무실 한가운데에 있어 손쉽게 아래·위층을 연결해 준다. 즉 엘리베이터 또는 복도에 있는 중앙계단을 통해 층간 이동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 역시 층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 관계자는 “업무 연관성이 높은 부서를 아래·위층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도청 방지 장치도=강남 신사옥은 최첨단 기능을 자랑한다. 삼성전자 C동의 경우 회사에 등록된 임직원의 휴대전화기는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코드리스(cordless·무선) 전화기로 자동 전환된다. 즉 이동통신사의 회선에서 빠져나와 삼성전자가 내부에 설치한 무선 인터넷전화 회선에 접속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통신비용을 절감하고 통신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또 창문을 통한 도청을 방지하기 위한 첨단 도청 방지 장치도 일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모든 정보기술(IT) 기기에는 전자 태그가 부착돼 있어 밀반출을 방지한다. 또 빌딩 천장에 설치된 센서들이 자동으로 일정 구역 안에 있는 인원수를 계산해 온도 및 환기를 조절한다. 같은 층이라 해도 인원의 밀집 정도에 따라 온도 차가 발생한다.

◆상권도 희비 갈려=이번에 이사를 마치는 C동에는 모두 3500여 명의 전자계열 임직원이 근무하게 된다. 따라서 이미 자리를 잡은 A동과 B동을 포함해 총 11개 계열사 9000명의 직원이 거대한 삼성타운을 형성하게 됐다.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남역 사거리 일대 상인들은 이들 소비층의 등장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C동 인근 A일식집 곽문영 사장은 “삼성 사옥 때문에 지난해에 임대료가 10%에 이어, 올해도 10% 정도 더 올랐다”며 “업주들이 불황에도 임대료를 20%나 올려준 것은 삼성전자 입주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강북의 태평로 사옥 인근 상인들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년 4~5월까지는 태평로 빌딩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글=이희성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